대안 주유소 보단 차라리…
대안 주유소 보단 차라리…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7.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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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대통령 한마디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26일 정부 중앙 청사에서 열린 물가 관계 장관 회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13개 관계 부처 참석자 가운데 무려 9명의 장관급(장관 또는 청장) 인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차관 위주로 진행되던 회의를 장관들이 직접 챙기라고 대통령이 엄포(?)를 논 뒤 벌어진 상황이다. 실제 박재완 장관이 취임한 이후 두 차례 열린 이전의 물가 관계 장관 회의에는 기관장들의 참석률이 10%대에 그쳤었다.

물가 대란으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과일, 채소, 음식값에다 기름값까지 연일 고공 행진이다. 언론의 주요 지면도 거의 물가 관련 기사로 ‘도배’되고 있다. 26일 자 석간만 봐도 암울하다. 1면 톱이 ‘물가(상승률) 4% 시대’(내일신문), ‘전기요금 내달 4.9% 인상’(문화일보) 등이다. 여기에다 하반기에 상하수도, 교통, 가스 요금이 줄줄이 인상된다는 뉴스까지 더해져 서민들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연합뉴스가 이날 서울의 휘발유값이 역대 최고 수준에 1원 모자라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서울 평균 휘발유값은 1ℓ당 2026.67원으로 지난 13일 기록한 최고치 1ℓ당 2027.79원에 불과 1.12원 모자란다. 돌파는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선지 갑자기 정부가 사회적 기업형 대안 주유소 설립을 제안했다. 공익단체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대안 주유소의 목적은 역시 기름값 인하다. 값이 싼 국공유지나 공영개발 택지에 주유소를 세워 초기 투자비용을 낮추고 석유공사가 싱가포르 등 국제시장에서 석유를 도입해 공급하면 휘발유값을 1ℓ당 70원 정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경부는 참여 업체(또는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최소 이윤을 보장해 주고 대안 주유소의 비중을 국내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까지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당장 업계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제 휘발유가격과 국내가격 차가 5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참여 단체나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국민 세금으로 기름값 떨어뜨리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자율시장 경쟁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뭔가 논리가 빈약하다. 현재 국내 주유소가 1만3000여개나 되는데 1300개를 더 늘리면 주유 업계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또 ℓ당 70원을 내려봤자 2000원대로 치솟은 휘발유값에 뭔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석유사업법 개정이 나을 것 같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주유소에서 가짜 석유를 팔다 걸리면 영업정지를 시키거나 최고 5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이게 맹점인데 가짜 기름 1년만 팔면 20~30억원을 남기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껌 값에 불과하다. 또 팔다 걸려도 그 장소에 있던 주유소가 없어지진 않는다. 업주 명의만 바꾸면 그 자리에서 범법자가 대리인을 내세워 또 영업을 할 수 있다.

유사석유 판매로 정부가 한 해 못 거둬 들이는 세금이 무려 4~5조원이라는데, 이는 유류세를 20%나 내릴 수 있는 액수다. 아예 불법 주유소 문을 닫게 해 버리고 그 자리에 대안 주유소를 세우자. 그러면 유사 석유 판매로 인한 탈루 세금도 거둬들일 수 있고, 기름값까지 최소 10% 이상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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