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로 버티던 시대는 갔다
호두과자로 버티던 시대는 갔다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07.24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며칠 전 지역사람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천안 목천IC 옆 휴러클리조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나는 주민들이 애용하고 다른 지역에도 널리 알려, 리조트 장사가 잘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좌중은 ‘그곳과 무슨 특별한 관계냐’는 의혹의 시선이었다. “큰돈 들여 천안에 지었으니 응당 잘돼야 지역도 발전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강조했다. 그랬더니 일부는 “돈을 댄 외지 투자자만 재미보는 것 아니냐”며 시큰둥했다.

그러고 보니 지역민들에게서 휴러클리조트 사우나에 갔다느니, 워터파크에 다녀왔다든가, 그곳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만났다든가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해 여름 문을 열어 지금껏 관광객 42만명이 다녀갔다는데 정작 지역에선 왜 이리 냉담할까.

지난주 월요일 대부분 일간지 1면 사진은 지난 16일 시작된 보령머드축제가 차지했다. 외국인들이 온몸에 진흙을 칠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수년 전부터 피서철 시작을 해운대·경포대가 아니라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이 알리고 있다. 세계 처음 머드(진흙)를 상품화한 덕이다. 보령은 세계가 알아주는 여름 관광지가 됐다. 전남 함평군은 나비축제로 지역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조용하던 시골이 관광을 화두로 잡고, 주민들이 일심단결해 지역알리기에 나섰다.

그런데 천안엔 뭐가 있어 이리도 태평할까? 최근 10여 년간 특수에 느긋해진 탓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인구는 늘고 기업은 찾아왔다. 사정이 달라졌다. KTX 등 교통수단은 더욱 좋아졌고 고속도로가 많이 늘어 굳이 천안을 찾을 이유가 없다. 또 천안은 그간의 발전 덕(?)에 땅·아파트 값이 올라 이주자들이나 공장설립자가 큰 메리트를 못 느낀다. 더 아래쪽을 내려간다

토지주택공사의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 취소 결정은 지역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천안경전철 사업 논의는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비즈니스 도시 청사진을 펴던 국제비즈니스파크는 수년째 지지부진이다. 그 운명의 날도 멀지 않았다.

천안은 다양한 산업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공장 유치에만 목 맬 게 아니라 레저·문화 산업에 눈을 떠야 한다. 휴러클리조크가 들어선 천안종합휴양관광지 개발은 천안시가 16년 전부터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다. 호텔·쇼핑몰이 들어서고, 골프장을 세워 수도권 최인접의 종합레저타운을 꿈꿨다. 성공하면 공장 유치와 비교되지 않는 지역발전 효과를 가져오리라 여겼다.

그런데 정작 그 첫 출발점인 휴러클리조트가 문을 열었는데 지역이 무관심하다. 251개 객실과 대형 사우나, 3만㎡의 사계절 물놀이시설을 갖춘 리조트가 한여름 반짝 특수만 누려서야 되겠나. 이곳엔 국내 최고 건축가가 설계한 내로라 할 경관의 대형 레스토랑도 있다. 내년 6월 서울 예술의 전당 수준인 천안종합문화예술회관도 문을 연다.

천안시가 관리하는 휴양지 내 중앙공원은 피서철 관광객이 몰려오는데 잡초로 뒤덮였고 분수는 물을 뿜지 않고, 가로등을 안 켜 껌껌하다.(본지 7월 18일자 20면 보도) 외지 손님보다 시민 참여가 많은 천안흥타령춤축제(9월 29일~10월 3일)만 챙길 게 아니다.

역사유적지·명소만으론 지역 관광을 살릴 순 없다. 먹고, 쉬고, 즐기는 시설이 필수다. 경부고속도 길목에서 관광객을 붙잡아 동쪽으론 진천·괴산·청주, 서쪽은 아산·예산·당진 등으로 통하게 하자. 호두과자·유관순사당·독립기념관으로 버티던 시대는 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