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 증언하고 있는가?
누가 거짓 증언하고 있는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07.24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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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7월 천안 D참치집에선 무슨 일이…
천안 두정동 참치횟집 건물 뒤 주차장. 전 천안시환경사업소장 최씨는 이곳에서 2006년 7월 환경업체 황 대표가 자신의 하수과장 인사청탁을 위해 2000만원이 든 주스박스를 경찰 간부 H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천안공직비리 사건 1심 막바지 공판서 새 의혹

대화내용·뇌물수수 여부·주차장 위치 등 엇갈려

H씨 "3명과 차 동승" … 선고공판 영향여부 관심

천안공직자비리사건 1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여러 얘기가 터져 나왔다. 관련 혐의자들 증언이 크게 엇갈리면서 새로운 진술들이 나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사건 핵심 인물들의 5년 전 천안의'참치집 회동'을 재구성해 본다.

2006년 7월 어느 날, 천안시청과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두정동의 D참치횟집. 저녁 7시 '문제의 4인'이 이곳에서 만났다. 환경업체 황모 대표(57·불구속기소·1억원 뇌물공여혐의)가 전 환경사업소장 최모씨(52·구속기소·4억8000만원 수뢰혐의)의 인사 청탁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최씨가 수도사업소 하수과장이 되면 자신의 공사 수주가 잘될 것 같아서였다. 천안 경찰간부 H씨(56·구속기소·6300만원 수뢰혐의)와 시장 비서실장 유모씨(52·불구속기소·2000만원 알선수재혐의)를 '모셨다'. 최씨에 따르면 저녁식사가 끝난 오후 9시 횟집 주차장에서 H씨에게 2000만원이 든 주스박스, 10여분 후 유씨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돈박스가 건네졌다.

그러나 4인의 진술은 저녁에 만나 식사한 것만 일치할 뿐 많은 내용에서 엇갈린다. 돈 주는 걸 봤다는 사람(최씨)은 있는데 나머지 3인은 준 적도(황 대표), 받은 적도(H씨), 본 적도(유씨, 자신이 돈 받은 것은 인정) 없다고 한다.

주차한 곳 증언마저 다르다. 도대체 누가 거짓인가.

◇ 횟집 대화 내용=최씨는 황 대표가 당시 환경사업소장인 자신을 하수과장으로 보내기 위해 인사청탁 자리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 H씨 3차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저녁 자리에서) 하수과장으로 가게끔 시장에게 잘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유씨와 H씨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며 도와줄 뜻을 내비쳤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유씨는"그 자리에서 인사 얘기는 일절 오간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 왜 그들이 거금 2000만원을 줬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부탁할 것이 있어 그런 것 아니겠냐. 그리고 (나는) 너무 큰돈이라 돌려주려다 그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 어디에 주차했냐=최씨에 따르면 참석자 4인 중 최씨와 유씨는 택시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황 대표와 H씨는 승용차를 몰고 왔다. 황 대표와 최씨는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H씨가 10여분 지나, 유씨는 한참 있다가 도착했다. 모임이 끝난 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횟집은 3층)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유씨는 주차 위치를 횟집 맞은편 한국전력 천안지점 주차장(30대 주차규모로 넓은 편)이라고 증언했고, 최씨 등은 횟집 건물 뒤편 3~4대 세울 수 있는 좁은 주차장을 말했다.

18일 증인 신문에서 유씨는 술에 취해 황 대표가 차에서 2000만원이 든 주스박스를 꺼내 H씨의 트렁크에 실어 주는 걸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최씨는 주차장이 좁아 4인 모두 불과 2~3m 거리에서 그 모습을 봤다고 했다. H씨 먼저 차를 몰고 간 후, 최씨는 황 대표에게 "잘 전달한 거죠?"하고 물었다. H씨 변호인이 "봤는데 왜 그걸 물었냐 혹시 못 본 것 아니냐"고 하자 최씨는 "액수(2000만원) 등이 정확하게 전달됐나 확인 차원에서 물은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이날의 'H씨 수뢰'는 최씨만 봤다는 셈이다.

◇ #"나도 함께 타고 갔다"=18일 H씨는 자신의 3차공판 과정에서 갑자기 '돌출 발언'을 했다."참치집에서 모임이 끝난 후 나도 함께 있던 3명과 같이 차를 타고 갔다. 대리기사가 운전을 하고 앞 조수석에 황 대표가 타고, 나머지 3인이 뒷자리에 탔다"고 말했다. H씨가 먼저 자신의 차를 몰고 갔다는 3인의 증언을 뒤엎는 얘기였다. 술에 취해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고 H씨에게 돈박스가 건네지는 것도 본 기억이 없다는 유씨도 H씨가 먼저 간 것은 인정했다. 그는 대리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황 대표·최씨와 함께 자신의 S아파트에 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얘기에도 H씨 변호사 및 검찰·판사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H씨 변호사는 유씨·최씨 증인 신문 때 차 동승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를 헷갈리게 하는 증인들의 엇갈린 진술이 선고공판 때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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