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내 죽은 담에는 늬들 선산에 묻히지 않을란다.
깨끗이 화장해서 찹쌀 석 되 곱게 빻아
뼛가루에 섞어달라시는 엄마 바람 좋은 날
시루봉 너럭바위 위에 흩뿌려달라시는
들짐승 날짐승들 꺼려할지 몰라
찹쌀가루 섞어주면 그네들 적당히 잡순 후에
나머진 바람에 실려 천·지·사·방·훨·훨
가볍게 날으고 싶다는
찹쌀 석 되라니! 도대체 언제부터
엄마는 이 괴상한 소망을 품게 된 걸까.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박과비평사) 중에서
<감상노트>모시는 형님의 유언을 적는다.
“나 죽걸랑 불에 태워 할머니 할아버지 모신 봉곳한 무덤에 뿌려다오. 살아계실 제 살아계신 줄 모르고 살아 맛난 밥상 올리지 못하고 보내드렸으니, 못난 자식의 몸이라도 부숴 이불 한 채 정성스레 지어 드려라. 추운 밤 유혼(幽魂)이 외로우실 때 식은 뼈라도 따스하게 덮어드리고 다신 애비 찾지 말거라. 삶의 바다에서 아름답게 누리다가 구름 한 점으로 만나서 눈이 되고 비가 되어 하늘에 살거라. 씨앗 한 알로 날다가 고운 흙에 앉아 풀이 되고 꽃이 되어 땅에 살거라.”완전한 소멸이란, 그네들 다 잡수시게 해 드리고 빈몸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뭔가를 들고먼 길 떠나는 영혼을 만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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