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특성따라 다른 빛깔 다름에서 작업 묘미 찾아"
"나무 특성따라 다른 빛깔 다름에서 작업 묘미 찾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6.1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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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라이프>

<서각인 최재영씨>

사찰 불화서각에 매료 … 18년째 예술의 길

현대서각 전환후 색채담아 전통·현대 조화

"나무마다 느낌이 다 다릅니다. 자를 때 다르고 칼로 조각할 때 다르고, 색을 입힐 때도 달라요. 같은 색을 칠해도 나무의 특성에 따라 다른 빛깔이 나옵니다."

서각인 최재영씨는 서각 작업의 묘미를 다름에서 찾는다. 사람처럼 나무도 가지고 태어난 특성이 모두 달라 같은 작품도 나무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림을 좋아하던 그녀가 서각에 눈을 돌린 지 올해로 18년째다. 사찰에서 본 불화에 매료되어 서각을 접했던 것이 예술의 길을 걷게 했다.

"불화는 많이 보았지만 불화서각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나무를 양각해 표현한 불화는 수묵화처럼 담백했는데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듯한 그림 있잖아요. 그게 인연이 되어 서각을 배우게 되었어요."

서각에 입문 후 최 작가는 전통서각을 배우는 데 열정을 쏟았다. 좋은 글씨를 조각하기 위해 서예도 배우는 등 전통기법을 익혔다. 하지만 옛것을 그대로 이어가는 작업은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은 그녀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

"예술의 새로운 창조인데, 늘 답습하는 기분이었어요. 슬럼프였던 거죠. 그때 색을 입혀 작품을 만든 서각 전시장을 갔다가 충격을 받았어요. 색감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신선함과 함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서각으로 기초를 다진 그녀는 현대서각으로 전환했다. 그림을 좋아했던 가슴속 기억들은 그대로 서각으로 옮겨져 새로운 작업으로 덧칠해졌다. 새로움에 대한 그녀의 갈망은 색과 나무의 만남을 통해 '최재영만의 서각'이란 색채를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제 작업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 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현대적이지만 재료에서 옛 멋을 낼 수 있도록 보완해요. 오래된 집을 허물며 나온 나무나 기둥을 사용합니다. 또 소재도 자연이나 주변의 일상에서 찾아 자연스럽게 재료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작업합니다."

작가의 세심한 배려는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무 위로 물결치는 듯한 바다의 표면이 느껴지는가 하면, 두 마리의 학이 길게 목을 내어 사랑을 하고, 굵은 붓길이 지나간 자리에 경구를 넣어 메시지를 전한다. 풋풋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열정이 작품에서도 전해진다.

"학을 서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민통선에서 6개월 동안 관찰했어요. 학의 습성을 알기 위해 사진 찍기를 반복하고 나니 학을 조금 이해하겠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서각으로 만든 학시리즈예요."

작업실에 전시된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최재영 작가. 6년 전, 청주 명암약수터 근처에 '여원서각연구실'을 차리고 현대서각의 변형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그녀를 보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가는 프로들에겐 고된 작업도 즐거움임을 느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작업실을 알리는 표지판 아래로 '차나 한잔 하고 가소.'라고 판각한 글귀가 유난히 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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