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소고(小考)
'행복'에 대한 소고(小考)
  • 김현진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부장>
  • 승인 2011.05.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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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현진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부장>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인들의 글을 보는 것을 즐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재주가 없고, 그나마 올린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실망할까 봐 그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짧게 생각을 댓글로 달 뿐이다.

이런 페이스북의 인연으로 한 줄의 댓글 덕분에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하는 팀에 합류하게 돼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 조사에 사용되는 문항은 10점 척도로 구성돼 있다. 더없이 행복하다(황홀하고 환희에 차 있으며 환상적인 기분이다/10점)부터 더 없이 불행하다(대단히 우울하며 기분이 완전히 가라 않는다/1점)까지.

조사에 쓰일 질문지를 만들기 전 조사자로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 자문해 보았다. 놀랍게도 난 8점(기분이 고양돼 있으며 좋다)에 점수를 주었고, 함께 연구하는 연구팀 대부분 7점(기분이 썩 좋으며 활기도 있다)에서 8점 사이의 점수를 택했다. 그러면서 한바탕 웃어버렸다.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을 연구하는군요'라면서.

아주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는 '행복'은 무엇을 말할까.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만족감에서 강렬한 기쁨에 이르는 모든 감정 상태를 특정 짓는 안녕(安寧)의 상태'로 정의한다. 영어에서 'happy'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말인 'happ'에서 유래했는데, 원래 이 단어의 의미는 '행운'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나는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를 행복지수라 하고, 미국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에서 1981년부터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해 오고 있다.

사실 '행복지수'는 편의상 번역이고, 원래 명칭은 '주관적 웰빙 순위(Subjective Well-being Ranking)'를 말한다.

비슷한 의미로 '삶의 질'의 개념도 쓰인다. 그동안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주관적 안녕'이나 행복을 '삶의 질'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삶의 질이란 개인이 만족감과 기쁨을 얻고, 불만족과 걱정을 피하는 데 성공한 것을 의미하고, 주관적 안녕은 특정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느끼는 긍정적 사고정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멋진 글을 나열해서 설명해도 '행복'은 책으로 배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시트콤의 '키스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 연애에 늘 실패했던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책으로 배우는 '행복'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인터넷과 SNS가 활발해지면서 아이디를 통해 자신의 이름 앞에 자신을 나타내는 수식을 붙이기도 한다.

'행복'을 고민하면서 보니 유독 눈에 띄는 아이디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디를 통해 스스로를 '행복한 000' '항상 행복한 000'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가만 떠올려 보니 그들은 언제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직업이 좋아서라거나 가진 게 많아서 혹은 소득이 많아서 행복한 사람들은 아니다(사회복지사인 필자의 주변엔 부자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들은 왜 행복해 보일까. 그들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언제나 그렇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디를 접한 사람까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지도록 하는 행복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들이 그저 부럽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되뇌인다.

'나는 행복하다' 10점짜리 행복이 아니라도 난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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