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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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연 <시인>
  • 승인 2011.05.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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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병연 <시인>

필자는 중매로 혼인한 지 만 31년여가 됐다. 아내는 잔병치레는 잦았지만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없었는데 지난해 9월 몸이 아파 청주의 한 병원에서 진료결과 다리뼈에 5cm 정도의 종양이 발견됐다.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여 다시 진료를 받은 결과 암이라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한 주일 동안 아내의 병간호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성경을 통달하고 말씀에 충실한 후/ 선교에 크게 도움될 책 한 권 쓰게 하소서!// 아버님보다 나중에 죽게 하소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소서!// 자식들이 부모 없어도/ 아쉬울 것 없을 때까지/ 부부가 건강하게 살게 하소서!// 자식들이 하나님 사랑 안에서/ 웃음꽃이 지지 않는 삶을 살게 하소서!// 손자·손녀들은 아들?릿� 더/ 하나님의 사랑 속에/ 공부 잘하고 바르게 자라/ 행복하고 또 행복한 삶을 살게 하소서!

기도의 덕일까. 뼈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 아내의 병명은 암이 아니고 골수염이었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뼈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 어떤 균에 의한 골수염인지 밝혀지지가 않는 것이다.

백수하실 것 같은 아버님보다 부부가 나중에 죽어야 하는데, 막내 손주 돌까지는 부부가 건강한 몸으로 살아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태산 같다.

몇 해 전부터 나의 건강도 악화돼 걱정이었는데 아내의 병까지 걱정하니 내 건강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살길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나름대로 살길을 찾았다.

그때쯤 한 친구를 만났다. 그때 나는 자주 웃었다. 그 친구 말하기를 마누라가 죽어가니 장가 한 번 더 갈 것 같아 그렇게 웃는 모양이구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사람아! 내가 웃는 것은 살기 위해서라네. 내가 살려면 웃을 일이 없어도 웃어야 되고, 웃어야 막내 손주 돌까지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네. 그리고 자식이 있는 사람이 장가 한 번 더 간다면, 그것은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가. 돈 많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남의 부인도 데리고 잘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상대의 존재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필리아 사랑'이 바로 부부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필자는 아침 일찍 출근할 때가 많다. 새벽에 몸 아픈 아내가 깰까 봐 살금살금 일어나 혼자서 아침 식사 후 출근한다. 이 말을 들은 혹자는 마누라 뒀다 뭐 하려고. 이렇게 묻는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데. 이렇게 대답하자 폭소가 터졌지만 정말 그렇다. 만약 아내가 죽는다면 젊은 여자와 재혼할 수도 있겠지만, 재혼은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 될 게 자명하다. 재혼하면 자식들도 여러 번 올 것을 가끔 오게 될 것이고, 후처가 30년 넘게 정든 조강지처보다 훨씬 못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의 이혼율을 꼭 낮춰야 한다.

필자가 2005년에 쓴 사랑이란 시와 2004년에 쓴 이혼이란 시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사랑은/ 마음이고/ 행동이고/ 기쁨이고/ 기다림입니다// SEX는/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됐을 뿐입니다// 사랑은/ 목숨까지 바치게 만드는/ 마법입니다

혼인은 백년가약이라 했는데/ 백년해로하자 했는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했는데// 세계 최고를 향해/ 무섭게 달리는 이혼율// 자식을 문제아 만들고/ 사회를 파괴하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혼만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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