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의 구태
충북도교육청의 구태
  • 박을석 <전교조 진천지회장>
  • 승인 2011.05.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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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박을석 <전교조 진천지회장>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군수가 표창장을 주는 차례였다. 군수가 앞으로 나가더니 청중을 향해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려 자리를 잡았다. 나는 처음에 기념식장이 좁아서 군수가 뭔가 착오를 일으킨 것인가 생각했다. 행사 추진위원장으로서 맨 앞쪽 줄에 앉아 바라보는 그 등진 모습이 낯설었다. 시상대로 내가 안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잠시 망설였다.

청중 쪽으로 돌아서도록 해야 하나 속으로 생각하다가 '아하~!' 하는 감탄사를 토해 냈다. 표창을 받는 아이들이 청중을 향해 얼굴이 보이게 서도록 하려는 군수의 마음이 일순간 느껴졌다. 표창을 받으려고 줄을 설 때나, 표창을 받을 때나, 표창을 받고 나서나, 빛나게 보여야 할 것은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군수의 '마인드'가 되레 빛나는 순간이었다.

발상의 전환! 그리고 그것의 실천! 아무도 군수의 뒷모습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겐, 우리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변화된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학교현장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린이회장 선거가 치러졌을 때다. 선거가 끝나 당선된 회장에게 증표를 수여하여야 할 차례였다. 어린이회 담당 교사가 임명장을 기안하여 올렸다. 마침 소관 부서의 부장이다 보니, '임명장'이 아니고 '당선증'이라면서 고쳐서 기안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최종 결재까지 났다. 하지만, 정작 아동에게 주어진 것은 '임명장'이었다. '당선증'을 인쇄할 때서야 제대로(?) 본 관리자가 '임명장'으로 고치도록 지시한 때문이었다. 어떻게 선거를 통해 선출한 이에게 '임명장'을 줄 수 있는가. 관성과 관행은 힘이 세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도 '혁신학교' 또는 '학교혁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들이 서서히 밀어닥치고 있다. 우리 충북에서만 그 물결이 아직 미미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 충북교육계는 아직도 그러한 활동들을 억압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청주교육대학교 실과관에서 충북지역 '학교혁신 국제 심포지엄'이 있었다. 나는 진천 지역 교원 배구대회를 서둘러 마치고 참석하였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늘 1위를 달리는 핀란드,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핀란드 교육에 대해 이해를 더 높이는 자리였다.

이런 행사에 대해 충북교육청은 행사 알림 공문조차 넘기기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장학사는 왜 2명이나 행사장에 나타났던 것일까. 어쨌거나 선진 교육 실태를 알아본다면서 교육청 관리들조차 방문한 적도 있는 핀란드의 교육을 말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들이 돈 들여 찾아가는 것은 괜찮고, 우리가 불러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는 안 된다는 그 좁아터진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교육청이라면 아래와 같은 교장이 없으란 법이 없다.

"이 행사를 다녀와서도 교장실에 불려가서 내가 들은 이야기는 어제 어디 다녀왔느냐 하시기에 국제 심포지엄이라고 하니까 "거짓말 마라. 노조 활동했지?"란다. 할 말을 잃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 혁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교육감의 치적 쌓기, 교육청 평가에서 높은 점수 따기를 위해 올인 하는 충북교육청이 아니던가.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실천이 없는 충북교육청의 앞날이 실로 걱정스럽다. 날마다 아이들과 뒹구는 3천 교사 조직과 대화는커녕 백안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충북교육청의 구태는 또 언제나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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