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서 초심을 잃지 마라
청남서 초심을 잃지 마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5.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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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청남경찰서의 첫 손님(?)의 민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꽤나 의미있어 보인다.

청주권 제3의 경찰서인 청남경찰서는 지난 9일 권수각 초대 서장의 취임식을 시작으로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이날 권 서장은 취임사를 통해 "힘찬 첫걸음을 시작한 만큼 주민들을 위하는 우리들의 소중한 마음을 모아 청남서를 함께 만들어가자"면서 "질적으로 청남서의 존재를 주민들이 느낄 수 있게 하자"고 직원들과 결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청남서를 오가는 대중교통편이 아직까지 미흡해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개선대책도 챙겼다. 첫째도 민원인, 둘째도 민원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적시한 것이다. 초대서장으로서 당연한 자세며, 각오다

이 같은 자세를 변함없이 유지한다면 앞으로 세월이 수없이 흘러도 청남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찰서가 되리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이날 청남서의 첫 민원이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첫 손님이 가지고 온 민원은 고소장도 아니고 진정서도 아니다. 단순 민원이지만 더할나위 없이 분한 사연을 가지고 왔던 민원인이 경찰관의 친절함에 화를 풀고 환한 웃음으로 경찰서를 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연은 이렇다. 청남서 개서 첫 손님은 이날 오후 2시쯤 찾아왔다. 경찰관들은 반가웠다. 첫 손님(?)이니까. 3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여행가방을 끌고 찡그린 얼굴로 경찰서로 들어섰다.

첫 민원인의 출현에 경찰관들은 반갑기도 했지만 사연을 듣고는 황당했다. 얼마 전 볼일이 있어 인천을 방문했는데, 짐이 많아 택배를 통해 짐을 청주 집으로 보냈다. 하지만 며칠 뒤 도착한 여행가방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단다. 이에 택배회사는 "책임이 없다",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답변만 했단다. 이 여성은 약이 올라 잠도 못 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물손괴의 경우 고의성이 없으면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경찰관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곧바로 민원인을 안심시키고 사연을 다 들어준 후 손해배상청구와 인터넷 고객센터 불편신고 접수 등은 가능하지만 사건으로서는 성립이 안 될 것 같다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경찰서를 찾았는데 경찰의 친절함에 위로 받았다며 택배회사의 불친절함과 분함을 풀고 밝게 웃으면서 돌아갔다고 한다.

그렇다. 이것이 이 시대 경찰의 역할이다. 바라건대 이제 첫 걸음마를 뗀 청남경찰서가 개서 첫날 첫 손님(?)을 맞은 것처럼 앞으로도 쭉 그렇게 민원인들을 응대한다면 경찰 존재의 이유는 물론, 대한민국 경찰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별것도 아닌 민원을 들고 왔다고, 사건도 아니고 소비자고발센터에서나 처리해야 할 일을 경찰서로 가지고 왔다고 짜증을 내지 말고 이날같이만 한다면 청남서는 그야말로 주민들의 마음을 읽는 경찰서가 될 것이다. 첫날 권 서장이 취임사를 통해 말했듯이. 이날같이만 하면. 그렇게 하면.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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