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불사, 가장 가치 있는 일"
"인재불사, 가장 가치 있는 일"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5.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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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석가탄신일 /
■ 청주 보현사 주지 원봉 큰스님

청주 보현사 주지 원봉(圓峯) 큰스님(법랍 62세·사진) 별명은 '왕소금'이다. 불자들에게 차 한 잔, 밥 한 번 사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이런 원봉 큰스님이지만 그는 매년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를 하는 20명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봉 스님이 지급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모두 40명. 불자가 아니어도 공부를 하고 싶은 열정만 있으면 장학생이 될 수 있다.

스님은 못 배운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자신과 같이 배우고 싶어도 공부를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지난 2009년 3억원의 기금으로 자신의 법명을 붙여 원봉장학회를 설립했다.

원봉 스님은 "농사도, 사람도 시기와 때가 있는 것처럼 공부도 때가 있는데, 난 10살 때 조실부모하고 11살에 불교에 귀의해 공부를 할 수 없었다"며 "어린 나이에 나는 지게 지고 산으로 나무하러 갈 때 교복 입고 가방 들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가고 싶어도 학교를 못 가는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장학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봉 큰 스님은 불사 가운데 가장 큰 가치 있는 일로 인재불사를 꼽았다.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가 없다고 지적하는 스님은, 큰 규모의 절과 불상을 세우는 불사보다는 인재를 키워 국가의 재목을 만드는 일만큼 보람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인재불사를 목적으로 1997년 보리수 어린이집을 개원했고, 2005년엔 사회복지법인 장애전담 보현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어린이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스님은, 하얀 백지일 때 밑그림을 잘 그려야 채색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같은 놀이터에서 장애 아동과 일반 어린이가 함께 놀면서 넘어지면 손을 잡아주고 먼지를 털어주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스님은 초발심자격문에 나오는 '사음수(巳飮水)하면 성독(成毒)이고, 우음수(牛飮水)하면 성유(成乳)니라'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똑같은 물이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도 잘 쓰면 우유가 돼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재불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스님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스님처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겠다며 감사 편지를 보내올 때 회향이 보람을 느낀다"며 "집도, 땅도 없지만 드러누워 저절로 웃는 걸 보면 부처의 가르침을 미비하게나마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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