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에 일생을 바치다
직업교육에 일생을 바치다
  • 홍도화 <예일미용고등학교장>
  • 승인 2011.04.26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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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화 원장의 미용칼럼
홍도화 <예일미용고등학교장>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변함이 없으며 거짓말 또한 통하지 않아 자연보다 큰 스승이 없다는 말도 있다.

자연의 순리는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해 뜨면 어김없이 새날이 밝아오고 해 지면 어두워져서 생활하기 어려운 밤이 찾아온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로 밤과 낮이 있고 삶과 죽음이 분명해 희로애락을 나누며 한데 어우러져 요란하게 살아가지만 일 욕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마음의 여유를 상실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나 지각(知覺)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시간을 정하여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장을 풀고 쉬면서 재도전을 위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다양하게 전개되는 현대인들의 생활모습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람의 몸과 마음은 지치고 고단하여 서서히 늙어가고 병들어간다.

눈에 보이는 병은 어느 한 곳이 상처가 나든지 부러져도 치료하고 깁스(Gips)하여 고정하면 고쳐지지만 몸속이 병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사람에게 시달리고, 시간에 시달리고, 돈에 시달리며 사회교육의 일원으로 직업교육에 일생을 바쳐 일하던 훈련원장이 육십대 중반의 나이에 최근 소천(召天)했다는 유선 연락을 받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심란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울적한 마음에 조용한 곳을 찾아 통곡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간 직업훈련원을 운영하던 그분은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실업자재취업훈련, 국가기관전략산업직종(우선직종) 등 다양한 훈련을 실시하면서 혼신의 노력으로 산업현장을 방문해 협약을 맺고 취업연계를 위하여 어려운 일도 지칠 줄 모르며 열정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직업훈련을 하면서 모르는 일이 생길 때 전화로 긴 상담을 요청해도 바쁜 시간 핑계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해 주셨고, 답답해 직접 찾아가서 다시 물어 볼라치면 친절하게 "이렇게 하는 거"라고 하며 서류를 복사해 보여주며 가르쳐주던 그분은 유난히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훈련원을 지으며 고생한 이야기와 재단법인을 세우며 겪었던 고통, 그리고 잘 풀리지 않는 일을 해결하려고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차를 길 옆에 세우고 한참을 소리 내서 펑펑 울고 갔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유난히 큰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고이든 모습이 생각난다.

가지고 있던 재산을 투자해 1994년 넓은 운동장과 멋진 학교로 잘 지어 운영하시더니 안정적이지 못한 훈련과정의 변화로 인해 그분의 속을 타 들어가게 했다.

입 안이 마르고 입술은 늘 건조하여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처럼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보호제를 바르면 좀 나아 진다"고 말했더니 "속이 타는데 겉에서 바른다고 해결이 되겠는가"라고 말씀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2년 전 평가 때 기관평가 성적이 나쁘게 나와 훈련과정을 승인 받지 못했다며 속을 태우던 그분은 30~40명이 넘는 직원들 월급과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간이 병들어 고생하시다가 결국 그 병을 이기지 못하고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한 가지도 없지만 직업훈련원 운영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교육을 시키는 일은 매우 재미있지만 경영을 하기에는 남모르게 울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다가올 새봄을 준비하며 겨울 동안 휴지기에 들어가 동면하는 동·식물처럼 사람들의 일상에도 쉼의 시간을 갖고 새싹처럼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명복을 빌어보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어김없는 하루해는 조용히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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