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모아 희망을 나누다
고물 모아 희망을 나누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04.18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 이기태씨, 20년째 나눔 실천
"그분이 보내주시는 라면은 그냥 라면이 아닙니다. 피와 땀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숭고한 봉사정신 그대로 입니다."

옥천군 옥천읍 최모 할머니(74)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따뜻하게 해 준 라면 한 상자의 고마움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라면은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고물을 모아 판 돈으로 전달된 것이며, 그 주인공은 이기태씨(70·옥천군 청산면)

이씨는 지체(절단)4급 장애인 자신의 처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년째 고물, 파지, 고장난 전자제품 등을 모아 판 돈으로 마을마다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라면 1상자씩 22상자를 매년 크리스마스 때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20년 전 방앗간에서 일을 하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양쪽 손 둘째, 넷째 손가락이 모두 잘리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씨의 불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있은 지 1년 후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왼쪽다리의 정강이뼈가 절단되었고, 엉덩이쪽에서 떼어낸 뼈를 붙이는 대수술로 꼬박 1년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다.

하루하루를 벌어 힘들게 살던 이씨에게 기나긴 병원생활은 희망마저 앗아갈 지경이었다.

그러나 시골마을 이웃들의 따뜻한 온정은 이씨에게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퇴원 후 생활이 막막했던 이씨에게 청산면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쌀이며, 반찬거리, 옷가지 등을 가져다 주며 이씨 부부에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씨는 이때부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 옆에 '희망고물상'이라는 아주 작은 임대공간을 마련해 새벽 2시부터 손수레를 끌고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을을 돌며 고물, 파지들을 모아 팔아 이웃을 돕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씨는 거동이 불편한 이웃이 있으면 직접 병원까지 동행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한 달에 1~2회 정도 이동목욕차를 이용해 목욕까지 시켜 준다.

"사실 나도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래서 나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록 사는 것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나에게 새로운 시간을 살게 해 준 주민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끝까지 돕고 싶다"며 "몸은 불편하지만,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이씨.

이씨의 낡은 고물 수집 경운기는 오늘도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힘찬 희망을 모으고 있다.

이씨는 동네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면 복지지원팀과 연결시켜주는 가교역할까지 해 주고 있으며, 옥천군은 이씨를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선정함은 물론 20일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옥천군수상을 시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