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회·학부모회 제 역할 하나
어머니회·학부모회 제 역할 하나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1.03.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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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맞아 일선학교들이 운영위원회와 어머니회를 구성하느라 부산한 모양이다. 학급반장에서 학생회장 선거가 치러져 반장엄마, 회장엄마도 탄생했다. 때가 때인지라 학교라는 사회에서 학부모들의 역할 범위와 적정성도 새삼 도마 위에 오른다.

반장엄마, 회장엄마, 어머니회가 뭘 하는데 그럴까. 청주시내에만 해도 일부 초·중학교는 아예 학생회장 후보들에게 부모 동의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한다. 회장 부모가 학부모 회장을 맡아야 하는데 역할을 할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쉽게 말해 돈 쓸 의사를 묻는 것이다.

장학금이나 조경수, 학교물품 기탁 등 다양한 형태로 직함에 걸맞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일부에서는 스승의 날이나 운동회 등 행사에 참석해 밥값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임기 동안 1000만원~2000만원 정도 쓰겠다는 각오 없이는 곤란하다. 엄마가 반장, 회장선거에 나가지 말라 했다는 소리나, 자녀 반장 선출 소식에 부모는 한숨부터 쉰다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이런 일로 부부싸움을 했다는 소리도 흔히 들린다.

어머니회는 어떤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워킹맘'은 애초부터 엄두도 내지 못해 대개는 전업주부들이 주도한다. 급식지도나 교통지도, 청소 등 봉사와 운동회, 체험학습(소풍) 도시락 챙기기와 같은 표면적 역할은 그렇다 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학교 정보를 꿰차고 있다 보니 부정적 평론가 역할을 도맡기도 한다. 교사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에서 자녀들의 사소한 저지레까지 '뒷담화 공장'역할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정적 정보가 제공되면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다. 알게 모르게 학교 안팎의 '파워 그룹'이 되곤 한다.

최근 인터넷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몇년 전 잡지에 기고한 글이 화제이다. 초교 6년 때 반장을 했던 그의 어머니는 늘 교문 앞 청소를 도맡아 했는데 기부금 낼 형편이 안 돼 그랬다는 얘길 듣고 펑펑 울었다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이 감동한 것은 요즘 세태와 확연히 비교되는 어머니의 자식사랑 방식일 게다.

그럼에도 학부모회 활성화는 교육현장의 대세여서 지원 예산까지 편성됐다. 그러나 '치맛바람류'의 참여라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고, 없느니만 못한 조직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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