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보다 공부 못한 변호사들?
판·검사보다 공부 못한 변호사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1.03.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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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1. 판사, 검사, 변호사 중 어느 집단이 가장 공부를 잘했을까. 사법연수원 홈페이지에 가보면 2010년 연수원 수료자 970명의 진출 현황이 도표로 나와 있다. 81명이 판사로 임용됐고, 검사는 90명, 변호사 등 기타가 340명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군 입대와 함께 법무관으로 복무 중이다.

사법연수원생들은 판사를 가장 선호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성적 최상위층이 대부분 판사를 지원한다. 그다음이 검사이고 나머지가 변호사로 나간다. 단 '김&장'이나 '광장'같은 대형 로펌은 다르다. 세전 연봉 1억5000만원 정도를 초임으로 받는 이런 곳은 전체 성적이 상위 10%에 들어야 갈 수 있다. 결국, 연수원 성적이 상위 20%에 들어가는 수료생들이 판·검사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변호사의 길을 택한다.

왜 이렇게 사시 합격생들은 판검사를 선호하는 것일까. 일단은 명예를 중시하는 사고 때문으로 보인다.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에 진출, 법정 안팎에서 국가기관으로 봉직한다는 자긍심이 보통은 아닐 것이다. 엄정한 법의 집행으로 사회 정의를 직접 구현하고, 향후 능력에 따라 나아가 대법관이나 검찰의 수장으로 최고 명예까지 누릴 기회가 보장되는 자리임에야 말할 나위도 없다.

중간에 그만둬도 그냥 연수원 수료 후 바로 변호사 개업한 것보다 낫다. 전관예우가 보장되는 데다 사건 수임료도 변호사 직행한 경우보다 3배 이상 더 받는 게 통례다.

2. 이달 초 사법연수원생들이 입학식에 무려 절반 이상 불참하며 정부 정책(로스쿨 졸업생을 검사로 우선 선발하는 방안)에 반기를 든 사건이 터졌다. 974명 중 500명 이상이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했다. 법을 지켜야 하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들의 처신이 당장 도마에 올랐으나 이들만 탓하긴 어렵다.

제도의 불비(不備)와 함께 로스쿨의 취지를 왜곡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본래 변호사를 많이 배출해 많은 국민이 저렴하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변질했다. 로스쿨에서 왜 검사를 뽑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일부에선 정부 방침을 기득권층의 음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준은 못되나 로스쿨에 갈 정도의 재력은 있는,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검사 문호 개방으로 보는 시각 말이다. 법무부가 재검토 의사를 밝히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기득권층의 특권 세습', '현대판 음서제' 등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여기서 다시 묻고 싶다. 판·검사와 변호사 중 누가 더 머리가 좋아야 할까. 판사는 쉽게 말하면 재판업무를 담당하면서 쟁송에 있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공무원이다. 검사는 범죄자에 대해 원고로서 소추하고, 법에 따라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는, 말 그대로 피고인을 기소하는 공무원이다.

그러나 변호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형사 또는 민사 사건으로 소송에 휘말린 사람을 대변하는 전문적인 직업인이다. 판·검사가 법을 적용해 판단하고 기소하는 역할을 한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그 법령 적용의 잘잘못을 가리고,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궤뚫어 파헤쳐야 하는 고도의 직업 정신이 필요한 자리다.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행여 잘못된 기소와 심판에 대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수호천사'다.

이런 가볍지 않은 자리가 이상하게 법조3륜의 꼴찌 서열로 고착됐다. 사법연수원 성적 우수자들이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는 우리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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