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나서야 한다
위기관리 나서야 한다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1.03.21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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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역사가 증명하듯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까닭은 정부와 언론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데서 시작된다. 유언비어가 넓게, 그리고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일본의 원전 사고가 방사능 유출과 관련,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진·쓰나미에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던 일본인들이 계속되는 원전 사고로 인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평소 남에게 '메이와쿠'(迷惑·민폐)를 끼치지 말라고 교육을 받아 왔지만 '메이와쿠' 문화만으로는 이번과 같은 원전 사고는 침착한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에 대해 오락가락 대응으로 2차 인명과 재산피해를 사전에 실패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안전에 이상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간의 소통의 부재도 한몫했다. 일본에서 원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자 지근거리에 있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유언비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변모씨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보낸 '후쿠시마 2호기 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 상륙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서 검거했다. 경찰은 번역 과정에서 원문에 없는 것을 추가하는 등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해 처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원전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없다고 거듭 밝혔는데도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올 수 있음'이라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사회불안을 조장했다는 게 변씨 검거의 주된 이유다.

중국도 20일 이례적으로 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소개하고 근거없는 억측이나 헛소문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최근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소금 사재기가 대표적이다. 방사능 물질이 누출돼 곧 필리핀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 방사능 피폭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요오드 성분이 있는 소금을 섭취하면 피폭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산둥(山東) 등 동부 연안에서 시작된 사재기는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번져 가격이 배로 폭등하는 등 혼란을 겪다 당국의 개입으로 수그러들었다.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는 절대 상륙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 근거는 오직 편서풍에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방사능 물질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안심할 수 없다. 전문가는 태풍 등 기상변화로 인해 바람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고, 전문가를 급파해 상황을 파악하는 등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번 일본 원전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고리 등 원전의 안전 검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안전 점검은 그동안 원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참여했으나, 위기 관리 전문가도 참여해 다음 주부터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재난에 대한 준비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국민의 생명보호는 정부의 임무다. 국민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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