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연가 "도민 여러분 송구스럽습니다"
슬픈 연가 "도민 여러분 송구스럽습니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1.03.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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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극 편집국장

"도민 여러분 송구스럽습니다."

충북도민프로축구단 창단을 또다시 기약없는 세월 속에 묻어야 함을 알리는 슬픈 연가(戀歌)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도민들에게 약속한 프로축구단 창단을 임기 중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장기과제로 남기겠다며 도민들에게 죄송함을 전했다.

도민프로축구단 창단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음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공약을 못 지키겠다는 그 말에 배신감도, 분노도, 서운함도 들지 않았다. 몹시 그리워하면서도 뜻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며 슬프게 부르는 노래로 들렸다. 슬픈 연가 말이다.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진솔한 결단이요, 용기라는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의 솔직한 모습이 당선만 되면 어물쩍 공약을 파기하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숱한 정치인들과 대조돼 그런 평가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진한 아쉬움은 남는다. 이시종 지사 본인도 아쉬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도 공·사석에서 충북도민프로축단 창단 당위성을 수없이 강조하는 등 필요성을 절감하고 창단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의 프로축구단 창단계획 백지화 선언이 슬픈 연가로 들린 것이다.

몇개월 전 충북도민들은 2013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여긴 충북도민프로축구단 창단 기대에 설레었다. 창단비용 첫해 150억원 정도로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42명 정도의 선수단과 14명 안팎의 사무국 요원 등 구체적인 창단규모를 설정하고 정계·재계·금융계·언론계·종교계·체육계 등을 망라하는 150명 안팎의 대규모 창단준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임이 알려지면서 자못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또 먼 훗날로 기약도 없이 밀리고 말았다.

창단 포기의 직접적인 이유는 돈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응집력 결여라고 봐야 한다. 도민주를 공모하고 후원 기업이 나서면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결집력에서 밀린 창단 계획은 전국 3% 경제규모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언제까지 이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느냐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든다. 도세(道勢)에서 충북에 비해 앞서지 못하는 강원도와 제주도도 가지고 있는 프로축구단 하나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다.

단순하게 프로축구단을 창단하지 못한다는 그 자체를 가지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다. 없어도 될 프로축구단을 만들기 위해 돈을 쏟아부어야 하느냐는 일각의 단순한 접근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며, 프로축구단 하나를 창단하지 못할 정도로 세 규합이 안 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충북도 측에서 밝혔듯이 도민프로축구단은 155만 충북도민의 저력과 역량을 결집하고 충북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긴요한 매개체다. 이런 점에서 이시종 지사도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도시마케팅을 위해 프로축구단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시·군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것은 결국 충북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프로축구단을 매개체로 가치가 높아진 브랜드를 이용한 충북이라는 도시마케팅이 장기적인 목표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번에도 물 건너 간 것을….

이시종 지사에게 부탁하고 싶다. 기왕에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인 만큼 관심의 끈은 놓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한다.

왜 충북에 프로축구단이 필요한가를 놓고 면밀히 따져본 끝에 채택한 공약이 아니었던가. 그리워하다 보면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슬픈 연가를 구성지게 부를 수 있는 날이 분명 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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