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사용자측만 두둔"
"고용부, 사용자측만 두둔"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03.0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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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소속 근로자, 삼성電 자살사건 관련 1인 시위
취업규칙 공개 거부 등 성토 … 철저한 진상조사 촉구

천안 두정동의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정문. 매일 낮 12시면 어김없이 1인 시위가 벌어진다. 8일 낮 12시45분 민주노총 충남본부 산별노조 소속 한 근로자가 피켓을 앞세우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삼성 눈치 그만 보고, 철저한 진상조사로 삼성을 처벌하라." 올 1월 아산 탕정면의 삼성전자 기숙사에서 투신한 김주현씨(26·삼성전자LCD 천안사업장 근무)의 죽음과 관련, 노동부가 사용자 측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천안·아산을 포함해 예산·당진 사업장의 근로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최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노총 및 일부 시민단체들이 연일 노동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근로자 권익 보호기관이어야 할 노동부가 사용자 입장에 서 있다는 게 요지다.

지난달 말 노동부는 김씨 유가족이 요청한 삼성전자 취업규칙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취업규칙은 영업 비밀로 근로자가 아닌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 대리인 김민호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제14조)에는 취업규칙은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게시해 근로자에 널리 알려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유독 삼성전자에 한해 노동부가 영업상 비밀로 간주해 보호해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근로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친권자인 부친을 제3자로 여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씨 유족 측의 노동부 '불신'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유족 측은 김씨 자살 일주일 전 20대 여성근로자가 투신자살하는 등 같은 장소에서 같은 회사 근로자 자살사건이 잇따른 점을 들어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대형 노사분규가 발생한 사업장 등 중대한 노사 문제가 벌어진 곳에 실시하는 특별근로감독을 지청 차원에서 임의로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사망한 김씨의 부친인 김명복씨(56)는 아들의 회사 근무 상황과 상세한 자살 경위를 알고 싶다. 그래서 삼성 측에 근무 조건 등이 명시된 취업규칙과 기숙사 생활규칙 등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해 감독관청인 노동부에 정보공개신청을 한 것이다.

유족 측은 김씨가 과중한 근무 시간과 그에 따른 질병·스트레스로 자살했다고 주장한다. 기숙사 안전관리 소홀도 김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한다. 김 노무사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야간 교대노동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비인간적인 조직문화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취업규칙에는 연장근로수당 산정 방식 등 회사 기밀에 속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심의위원회서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유족 측의 양해를 구했다. 한편 노동부는 유족 측의 진정에 따라 삼성전자의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19일까지 유족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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