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음성
어린아이 음성
  • 김정자 <충북여성문인협회장>
  • 승인 2011.03.06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권익위원칼럼
김정자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사랑과 열정의 시인 하이네의 집에는 항상 동네 어린이가 와글거렸다고 한다.

그는 어린이들의 깔깔대는 웃음과 가식 없는 어린이들의 밝은 음성과 표정에서 시상을 얻어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아마도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 새싹, 미래, 순수함, 때 묻지 않은, 솔직함에서 그는 그렇게 아름다운 명작을 선사하였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신선한 어린아이의 음성을 이용한 색다른 상업광고가 내 마음을 거슬리고 있다. 광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개인 집단의 주장이나 상품지식을 정확히 알리는 데 있다. 상품광고의 경우를 예로 들면, 특정 상품의 어느 단계에서의 광고 목적에는 제조 ·판매를 담당하는 기업에 대하여 고객이 호감이 가도록 하기 위하여 행하는 것이 아닐까?

그 광고를 듣고, 보면 볼수록 점점 실망으로 이어졌다. 점점 거부반응이 치밀어 올랐다. 왜냐하면, 어린아이 음성에 솔깃하여 습관처럼 몇 번을 들었다. 어느 날 자세히 듣게 되었는데 어린이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신용카드 광고였다. 허탈하기까지 했다.

어린아이가 "와~!" "와~!" "좋아요." "좋아요."를 연발하는 광고이다. S 금융카드회사의 상업광고인데 어린아이 음성을 인용한 광고이다. 어린아이를 인용하는 광고는 주로 그 아이들이 애용하는 물품인 하기스, 아이들이 잘 먹는 우유, 피자 등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것에 당연히 소비자나 애용자가 기꺼이 좋게 받아들이는 일이겠지만, 어린아이가 무슨 카드를 쓸 나이도 아닌 아이가 신용카드 쓸 일이 있단 말인가?

밤낮으로 흑자만을 노리는 상업광고를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음성을 빌려 돈을 벌고자 한 소행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어른들만의 소관인 신용카드는, 성인도 소지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카드를 많이 애용하는 소비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요즘 카드빚으로 패가망신은 물론, 자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지기수인데 어쩌자고 어린이의 목소리로 신용카드를 소지하도록 부추긴단 말인가. 그러니 신용카드 소지하는 광고를 어린이 목소리를 인용한다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축구선수 차두리가 모 제약회사의 약 광고에 출연하여 '간 때문이야.' CM송으로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차미네이터' 차두리 덕에 그 제약 회사가 대박을 쳤다고 한다.

차두리가 축구를 하다가 피로를 느끼는 것이 간 때문이라며 그 약을 먹으니 금방 피로가 회복되어 얼마든지 다시 뛸 수 있다는 광고였으니 그 회사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광고에서 차두리는 어색하면서도 코믹한 표정과 춤으로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고 열창을 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광고에 어린이의 목소리로 "좋아요" "좋아요" 두 번씩이나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 광고에 나오는 어느 어린이의 당당함보다는, 돈에 눈이 어두운 어느 어른들에게 이용당하는 느낌으로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어린이 모습은 보이진 않지만, 어린아이의 신 나는 힘찬 목소리를 인용한 것이다. 때 타지 않은 깨끗한 어린이가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좋다' 라는 말을 두 번씩이나 강조하는 모습이 연상되기에 충분한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겠지만, 어린아이의 음성으로 광고 하는 카드 회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짜증만 나는 것은, 어린이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상품을 신선한 어린아이 음성을 이용한 상품선전 효과를 노린다는 설정이 잘못된 발상이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