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손맛… 추억·인정 파는 곳…충주공설시장 순대골목
한결같은 손맛… 추억·인정 파는 곳…충주공설시장 순대골목
  • 이경호 기자
  • 승인 2011.03.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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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자극하라』

대표음식 흔한 순대·만두 불구 맛 '일품'

순대국밥 우거지 오래 끓여 국물 맛 특징

저렴하고 푸짐한 양… 30~60대 즐겨찾아

세상에 귀하고 값비싼 음식은 넘쳐난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람들의 입맛도 고급화되면서 온갖 종류의 맛난 음식과 다양한 종류의 퓨전 요리들이 봇물을 이루며 식욕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또 은은한 음악을 들려주고 비싼 돈을 들여 만든 실내 장식으로 사람들의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 요즘 보편적인 음식문화의 추세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음식의 종류가 많아지고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졌다 해도 각 지역마다 수십년 세월동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며 사람들에게 추억과 인정을 파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수안보 온천으로 유명한 충주는 옛 충북의 수부로 중원경과 국원성 등 삼국시대부터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이면서도 장구한 세월을 이어온 역사적인 대표 음식이 없고 또 딱히 추천할 만한 상징적인 음식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충주지역은 근대화 이후 수십년 동안 충주 시민들의 맛과 멋의 전통을 이어온 대표적인 먹자골목이 조성돼 있다.

충주시 충의동 충주공설시장에 있는 순대골목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의 대표 음식이라야 흔하디흔한 순대와 만두 등이 전부지만 도시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용돈이 궁핍한 학생들이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면서도 꿈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충주공설시장은 1964년 문을 열고 장사가 시작된 대표적인 전통시장이지만 순대골목은 1982년 무학시장과 연결되는 다리가 생기면서 다리 위에 처음 노점으로 장사가 시작되면서 생겨났다.

이곳은 충주천과 교현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노점상과 어우러진 먹을거리 중심의 전통시장으로 상권이 형성됐으며, 다리 위에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20여 개의 순대국밥 전문상가가 수십년 동안 충주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명성을 쌓아왔다.

1983년 처음 이곳에서 순대국밥 장사를 시작해 청춘을 보낸 이연옥씨(61)는 "공설시장 순대국밥은 신선한 돼지고기 재료와 야채,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을 그대로 살려 맛에 변함이 없으며 우거지를 오래 끓여 깊은 국물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일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곳을 지키며 추억과 낭만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계속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순대골목의 음식 맛은 음식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대국은 머리고기가 맛있으면 맛있다. 그 이유는 머리고기가 결국 순대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대국과 머리고기를 시켰는데 머리고기는 머리고기라기보다는 기름많은 삽겹살 같다. 다소 뻑뻑하고 질긴 내장과 간만 가득한 순대국이 아니라 머리고기와 조화를 이루는 우거지가 듬뿍 담겨 있어 더 깊은 맛을 주는 것이 충주 공설시장 순대국밥의 매력이다.

가격도 저렴해 찰순대로 만든 국밥이 6000원이고 순대와 내장을 섞어 모듬 1접시에 7000원이다.

순대국밥과 함께 만둣국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직접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고 김치와 고기, 두부와 당면 등 푸짐한 재료를 직접 만들어 즉석에서 만둣국과 찐만두를 내놓기 때문에 입맛이 없는 봄철에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만둣국은 4000원이고 찐만두는 1000원에 김치만두가 6개, 고기만두가 5개로 일반 만두에 비해 맛은 월등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식당 영업 25년을 끝내고 2003년 이곳에 터전을 잡은 박군자씨(51)는 "충주공설시장 순대국밥집이 단순 음식점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을 늘어놨다.

마주앉은 손님과 가정사와 세상사를 이야기하며 시름을 잊고 또 손님들이 한 끼 식사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포만감을 느낄 때 감춰진 다른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충주공설시장은 순대골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떡과 과일, 야채, 고기, 의류 등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이나 다름없다. 최근 대형마트에 밀려 시민들의 발길이 줄었지만 아직도 설이나 추석 명절이면 고단했던 타향살이 시름을 잊고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서 공설시장을 찾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다.

충주공설시장 관계자는 "충주시민이라면 3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이라도 이곳에서 순대국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즐겨 찾는 추억의 거리가 됐다"며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가림시설 설치 등 현대화 시설로 개선됐지만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변함없는 맛을 지켜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주시민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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