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당부처(半糖夫妻)
반당부처(半糖夫妻)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1.02.2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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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반당부처(半糖夫妻)란 요사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로 한 지붕 밑에서 살지 않는 부부를 뜻한다. 이 말은 결혼을 한 뒤에도 직장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살거나, 결혼 후에도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해 억지로 떨어져서 사는 부부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날 인력관리 담당 임원이 회장에게 요사이 사원들의 전세자금 대출 신청이 급증하여 추가 예산 편성이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자 회장은 눈을 감았다 떴다하면서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

"각 공장에 사원용 기숙사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시오."

"요사이 젊은 사원들은 자유분방해 회사 울타리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숙사 시설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일 거요. 그리고 사원들이 퇴근 후에 운동을 하거나 충분히 즐길 장소를 마련해 준다면 대출을 받아 이자를 지불하며 구지 전세를 선호할 이유가 없을 거 같소."

이어서 인력관리 담당 임원은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또 다른 문제를 보고하였다.

"회장님, 신입사원 1,500 명을 뽑아서 두 달간 교육을 시키고 현업부서에 배치하고 나니까 12%나 되는 180명이 근무를 포기하고 빠져나갔습니다."

"아니, 요사이 대기업의 인터사원으로 뽑히기만 해도 감지덕지 한다는데 정규사원으로 뽑아주었는데 도망치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회장의 얼굴에 노기가 스쳐지나갔다. 인력관리 담당 임원은 회장의 성격으로 보아 불벼락이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더구나 성적이 우수하고 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많습니다."

인력관리 담당 임원의 목소리가 모기소리처럼 잦아들었다.

"그러는 이유가 뭔지 파악해 보았소"

회장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다그쳤다. 내로라하는 대그룹 총수로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제일 많았고, 그 중에는 고시를 준비하겠다는 사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급여나 복지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잖소"

"최상은 아니어도 두세 번째 수준은 됩니다."

"그러면 자기 계발 기회가 적고, 고용불안 심리가 작용한 거 같은데 그런 우려를 잠재울 좋은 대책을 마련해서 이틀 후에 보고하시오."

며칠 뒤 임원회의가 열렸다. 인력관리 담당임원은 신입사원들 뿐 아니라 기존 사원들의 이직률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보고하였다. 그 방안으로는 종업원 지주제를 대폭 강화하여 근속 연수와 업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로 회사 주식을 차등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 공장에 최신 설비의 기숙사를 지어 일반 가정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보고했다. 회장은 보고를 받고 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인력관리 담당임원에게 추가로 색다른 지시를 내렸다.

"다 좋은데 사원들의 주거불안을 없애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시오. 시중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사원들에게 지어주면 결혼도 빨리 할 거고 장기근속자가 늘어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소."

"그렇게 하려면 토지 매입비이며 건축지 등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할 거 같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회사 이익을 덜 내는 한이 있어도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해 보시오."

"예, 조만간 계획서를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젊었을 때 우리 모두 겪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집 없는 서러움이 가장 큰 서러움이었잖소"

"네, 맞습니다. 회장님!"

송재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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