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의 딸 '늦깎이 학사모'
광복군의 딸 '늦깎이 학사모'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2.0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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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숙씨 충청대 졸업… 오늘 학위수여식
"남들은 은퇴를 준비할 나이지만 저는 이제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항일투쟁을 한 독립운동가의 딸 이홍숙씨(57·사회복지상담학과·사진)가 10일 열리는 '2010 충청대학 학위 수여식'에서 영광의 학사모를 쓴다.

이씨는 충청대학의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인 전공심화과정을 마치고 이번에 졸업한다. 그녀는 충북지역의 마지막 광복군으로 91세를 일기로 2005년 작고한 애국지사 이병돈 선생의 맏딸이다.

이병돈 선생은 함경남도에서 출생해 전문학교까지 마친 지식인으로 1942년 2월 광복군 제2지대에 입대해 훈련을 받았다. 이듬해 중국전시간부훈련단에 파견돼 교육을 받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미국 전략첩보국(OSS) 특수무기반을 수료한 뒤 국내정진군 사령관인 이범석 장군 휘하에서 출동명령을 기다리다 광복을 맞았고 1946년 귀국했다.

귀국 후 고향이 아닌 청주에 정착했으며 초대와 2대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안춘생(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 광복회장의 도움을 받아 80년대 말에 독립유공자가 됐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92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선생은 8남매를 두었고, 이번에 학사모를 쓰는 홍숙씨가 맏이다.

홍숙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 형편상 진학을 포기했지만 결혼 후 자녀를 기르면서도 유년의 꿈이었던 교사를 접을 수 없었다. 배우지 못한 한을 눈물로 삼키며 보내다 초등학교 졸업 35년 만인 2001년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47세의 나이로 충북인터넷고에 진학했다.

'보람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부친의 뜻에 따라 그녀는 고교 졸업 후 충청대학에 진학,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선택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모교인 충북인터넷고에서 상담전문 인턴교사로 활동 중인 그녀는 다음달 충북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학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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