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라는 급훈 왜?
'적당히' 라는 급훈 왜?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2.07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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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급훈(級訓)이란 학급에서 교육 목표로 정한 덕목을 말한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급훈의 종류를 찾아보니 최면형, 실용주의형, 지역주의, 감탄형, 질책형 등 다양했다. 급훈 가운데는 '한국은 16강 진출, 우리는 서울권 진입', '우주정복(우리는 주말에 정석을 복습한다)', '한우갈비(한마음으로 우리는 갈수록 비상한다)'등 그 내용도 재미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의 한 특성화 고교의 급훈인 '적당히'가 7일 교육청 기자실에서 여러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졸업앨범에 급훈을 그대로 넣었다가 삭제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적당히'라는 급훈이 무엇이 문제인가?

해당 학교장의 말에 따르면 담임교사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너무 떠들어 '적당히 떠들어라.'라는 말을 했고, 결국 급훈을 '적당히'로 정했다. 결국 이 학급의 급훈은 '사랑하자', '행복하자'로 변경해 앨범에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각해 보면 '적당히'라는 급훈이 그리 우습거나 하찮게 여길 만한 표현은 아니다.

적당(的當)의 사전적 의미는 '꼭 들어맞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경쟁사회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적당히'는 성공하지도 못한 이류나 삼류처럼 취급되는 게 현실이다. '적당히'가 급훈인 학생들이 "사회에서 적당히 살면 어쩔거냐"는 걱정에서 발생한 이번 일이 누군가 이기지 않으면 밟히고, 올라서지 않으면 주저앉아야 하는 일등주의만을 기억하는 요즘의 교육현장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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