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배제된 협의체로는 안된다
民 배제된 협의체로는 안된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1.01.24 2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 옥천 영동)

영동군과 영동대의 공동발전 방안을 모색할 상생발전협의체가 24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교과부가 영동대가 신청한 아산캠퍼스 조성계획을 승인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날 그간 논의해 온 협약안을 조율한 협의체는 빠르면 이달 중에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교과부의 느닷없는 결정으로 허탈감과 공황감에 빠져 있던 군민들에게는 기대되는 소식이다.

앞으로 협의체가 할 일은 간단하다. 새롭게 목표나 방향을 설정할 필요도 없다. 대학이 그동안 지역에 제시하고 거듭 약조해 온 것들을 지켜나가도록 하면 된다. 또 대학의 투자와 노력에 상응하는 영동군의 지원이 함께 이뤄지도록 하면 된다.

영동대는 아산캠퍼스를 조성하더라도 최초 이전대상인 6개학과(학년정원 190명) 이외에는 추가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 그리고 영동캠퍼스 육성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추진해 오히려 재학생을 현재보다 더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해 '상생발전을 위한 군민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입학정원 대비 재학생 비율을 현재 60%에서 2014년까지 82%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6개학과 이전으로 정원이 줄어들더라도 재학생을 현재 2600명에서 2900명 수준으로 늘려 지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확약했다. 지난해 11월 교과부 인가 후에는 "보건의료계열 학과 증설을 통해 영동캠퍼스 재학생을 3000명대로 유지하겠다"며 목표치를 더 높였다.

군과 대학은 협약 체결을 통해서는 개략적인 목표만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향후 정례회를 열어가며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학의 발전계획과 투자 로드맵을 정교하게 짜고, 미이행시 패널티도 명확하게 규정해 군민들로부터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협의체 첫 회동이 이견없이 끝난 데서 희망이 읽히지만, 민간이 배제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영동대는 아산캠퍼스 이전을 은밀하게 추진하다 군민 신뢰를 송두리째 잃었다. 영동군은 한겨울 칼바람을 맞아가며 아산캠퍼스에 반대한 군민들의 투쟁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직도 대학에 아낌없이 퍼주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조롱받는 처지다. 두 기관 모두 군민들로부터 믿음을 회복해야 할 당사자들이다. 협의체가 무엇보다 공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그 해법이 민간의 참여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협의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협약 이행 과정에 대한 검증과 독려이다. 협약 당사자들만으로는 냉정한 평가나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민간의 객관적인 시각과 완고한 역할이 필요하다. 군과 대학이 특정 사안에서 대립할 경우 민간이 조정에 나서 절충안을 창출할 수도 있다.

영동군은 정원용 아산캠퍼스반대대책위원장에게 협의체 참여를 부탁했으나 고사했다고 한다. 반대투쟁을 주도해 온 그가 아산캠퍼스 이전을 전제로 한 협의체에 발을 들여놓을 리 없다. 명분과 자존심이 결부된 만큼 강요할 사안도 아니다. 문제는 영동대 문제에 대한 식견과 논리에서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군이 그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책위가 아산캠퍼스를 결사 반대한 것은 영동대 공동화와 그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해서였다. 상생협의체 역시 대학의 추가 이전을 막고 영동캠퍼스를 살찌워 지역 불이익을 막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근본적으로는 반대대책위와 지향점이 상통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아산캠퍼스 저지'라는 한 전투에서만 패했을 뿐인 반대대책위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 위원장 역시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패장을 자인하는 것은 성급하다. 지역을 위한 충정으로 명분을 떨쳐내고 전선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해 본다. 영동군도 '삼고초려'의 성의로 그를 설득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