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현장 공무원들의 'PTSD'
살처분 현장 공무원들의 'PTSD'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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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간 밤낮없이 울리는 돼지의 울음소리가 고막이 터질 정도로 귓가를 때린다.

구덩이 속으로 빠지지 않으려는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죽지 않으려고 비닐을 뚫고 나오는 돼지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돼지에게는 구덩이를 보지 못하게 하고 공무원들은 죽어가는 돼지를 똑바로 보지 않기 위해 대부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한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5일간 살처분한 한 공무원의 말이다.

강추위 속에 간이 난로만이 위로가 되는 천막에서 새우잠을 잔다. 거의 밤을 꼬박 새운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추위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괴로움이 더 큰 문제라고 토로한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 대부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는 소식이다. 불면증과 공포감, 환청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에 대한 치료도 시급하다.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중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또다시 발생하는 구제역.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긴박한 현실에서 살처분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 구제역 현장의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도 일선으로 이들을 내보낸 정부와 자치단체가 치료방안은 세워야 한다. 고위험군 여부를 파악하고 다면적 인성검사(MMPI)와 PTSD 진료 등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모든 치료비는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살처분만은 전문 인력이 담당해야 한다"고 토로하는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한 공무원의 호소가 "죽지 않으려고 비닐을 뚫고 나오는 돼지를 차마 볼 수가 없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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