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고스트 헬로우 2011년
헬로우 고스트 헬로우 2011년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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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영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허름한 여관방에 꾀죄죄한 젊은 남자가 혼자 있습니다.

사고무친한 이 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외롭기만 한 세상과의 단절을 기도합니다.

많은 양의 약을 먹고 자살을 하려는데, 느닷없이 전화는 오고 약을 삼킬 먹는 물은 바닥이 났으며 급기야 수돗물로 약을 삼키기는 했으나 여관주인에게 발견돼 겨우 목숨을 건집니다.

염세적인 생각만이 가득 찬 이 남자는 그러나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으로도, 또 강물에 투신하는 방법을 써도 도무지 자살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수차례에 걸친 자살에 실패한 이후 이 남자의 눈에는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뿐만 아니라 그 귀신들은 자기와 몸을 같이 쓰자며 악착같이 매달립니다.

그것도 넷이나 되는 귀신이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라면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쯤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강상만 역은 배우 차태현이 맡았습니다.

한국영화를 어느 정도 섭렵하신 분이라면 영화배우 차태현의 기본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간파할 것이고, 그 배우 나름대로의 영역이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코믹 위주의 연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코미디스릴러 장르로 파악될 것인데, 그런 상식에 전혀 동조할 수 없는 기막힌 반전이 이 영화에는 있습니다.

분명 코미디물이긴 한데 오히려 웃음보다는 진한 감동의 눈물을 도저히 참아낼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이 영화에는 있습니다.

주인공 강상만에게 달라붙은 네 귀신은 각각 골초와 과음, 눈물과 식탐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네 귀신들의 탐욕은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결심하게 되는 금연과 절주, 다이어트, 그리고 눈물이 아닌 희망의 상징적 메타포가 되는 셈이지요.

2011년 신묘년 토끼띠의 해가 힘차게 새로 솟아 오른 지 벌써 일주일이 됐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새해 첫날 계획했던 결심들이 작심삼일이라며 슬슬허물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면 뭐 어떻습니까? 말 그대로 3일간만 유지되는 결심이라면, 3일마다 작심을 하면 그뿐, 공연히 박약한 의지를 탓하며 모처럼 새해를 맞아 세운 결심을 벌써부터 다음 기회로 미루는 일은 차라리 못마땅한 일입니다.

다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거듭하겠습니다.

이 영화에는 죽는 것이 소원인 청년백수와 각각 이승의 한을 갖고 있는 네 귀신들의 소원에 대한 속풀이가 담겨 있습니다.

죽고 싶다는 소원은 절대로 풀어주지 않는 대신 한을 간직한 채 운명을 달리한 네 귀신들의 소원은 나름대로 웃음이라는 페이소스를 통해 적절하고 진지하게 해결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웃음 뒤에는 가벼운코미디로 치부할 수 없는 눈물어린감동이 관객을 충분히 자극합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내는 이 영화의기막힌 반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지면을 통해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극장을 찾아 해결하시기 바랄 정도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 연출한 김영탁은 첫 감독 작품으로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작품 등 외국 대작과 맞붙어 썩 좋은 흥행성공을 일구어 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생활을 통해 이야기 구조의 탄탄함을 자신에게 체화시킴으로써 우리를 감동하게 합니다.

이 영화 제목은 <헬로우 고스트>. 그 기막힌 이야기에서, 작은 소원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2011년의 시작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상상력으로 2011년은 우리를 들뜨게 할 것입니다.

헬로우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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