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겨울강, 그 두꺼운
얼음종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저 마른 붓은 일 획이 없다
발목까지 강줄기를 끌어올린 다음에라야
붓을 꺾지마는, 초록 위에 어찌 초록을 덧대랴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일 획도 없이
강물을 찍고 있을 것이지마는,
오죽하면 붓대 사이로 새가 날고
바람이 둥지를 틀겠는가마는, 무릇
문장은 마른 붓 같아야 한다고
그 누가 일필一筆도 없이 휘지揮支하는가
서걱서걱, 얼음종이 밑에 손을 넣고
물고기 비늘에 먹을 갈고 있는가.
※겨울강에 선다. 한때 초록으로 강가를 내달리던 갈대는 이제 갈빛이다. 초록이 스러진 자리에서 갈대는 시린 겨울, 강물에 발목을 적신 채 서 있다.
그 고요 속으로 바람이, 새가 서걱대며 둥지를 튼다. 마른 계절, 휘적 휘적 물밑을 오가는 물고기 비늘 위로 먹을 갈고 있는 이 누구인가. 눙치는 시인의 얼음 같은 언어에 짱짱한 얼음장이 쩌억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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