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라이프>"일 속에서 자아 실현하며 용기 얻어"
<여성&라이프>"일 속에서 자아 실현하며 용기 얻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1.04 2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숙 청주 남성유치원 원장
교직생활 33년… 아이들 볼때 행복

퇴임후 조선족 유치원서 봉사 소망

자신 사랑하는 일 무엇보다 중요

"1971년 교대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 진천의 초등학교였어요. 담임을 맡았는데 학생들 중에 코밑이 까만 수염이 난 16살, 14살짜리도 있는 거예요. 말썽이 장난이 아니었죠. 간식으로 빵이 나오면 남학생들은 빵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도망가 놀다 학교수업이 끝날 때쯤 내려오곤 했어요."

30여 년 전 기억을 들춰내는 김정숙 청주 남성유치원 원장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지금이야 학생들 다루는 데 이력이 났지만, 당시 갓 스물의 교사에겐 철부지 학생들이 버거울 수밖에 없었던 초년 교사의 추억이 설핏 스쳐갔다.

"운동회날인데 우리반 학생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저고리 안쪽에서 꼭꼭 싸맨 종이를 제 손에 들려주시는 거예요. 손자가 먹을까 봐 감춰뒀다가 주시는 거라면서. 종이 안에는 시장에서 파는 젤리가 들어 있었는데 할머니 체온으로 데워져 따끈했어요. 선물에 올려진 할머니의 체온은 지금도 가장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에요."

말썽꾸러기들을 책상 앞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 명 한 명 설득했던 초임 시절은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교단에 서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하나의 일을 꾸준히 하면서 내 길을 찾고 나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일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용기도 얻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의 똘망한 눈을 볼 때 행복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교직을 마무리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뇌교육 프로그램과 조선족 유치원과 자매결연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소박한 새해 소망을 들려주는 김 원장은 오랫동안 외길로 걸어와서일까, 몸에 꼭 맞는 옷처럼 교직이 천직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 원장은 일하는 여성으로의 자기 삶 속에 자기 계발을 실천하고 있다. 2004년 서양화 공부를 시작해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자신의 예술적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개인전을 개최해 주목을 받았으며, 천연염색에 도전 중이다.

"교사가 되기 전에 그림을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선생님들의 칭찬이 인생을 바꾼다고 하잖아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생활도자기를 배우다 2004년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웠어요. 그림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주변의 지인들이 채워주었다는 김 원장. 그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후배 여성들에게 "자신을 승화시킬 수 있는 여성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