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패불감증과 냉감증
공직자 부패불감증과 냉감증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12.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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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원래 불감증(不感症·sexual anesthesia)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여성에 해당한다. 사전적인 뜻은 '성적 자극에 대해 반응이 없거나 너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원인 중 질환에 의한 10%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불안·공포·혐오·수치 등으로 인한 심인성(心因性)이라고 한다.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통해 불감증은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생 동안 반응할 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하는데 이를 냉감증(冷感症·frigiditas)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쓰여지는 불감증이라는 용어가 요즘은 참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도덕불감증·안전불감증 등등. 이런 쓰임새로 보면 부패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낮은 것을 일컬어 '부패불감증'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최근 한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나타난 우리 공직자들의 인식수준을 보면 불감증 수준을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즉 '부패냉감증'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듯하다.

또 공무원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공직사회가 얼마나 깨끗해졌는데 지금도 공무원 부패타령이냐며 동네북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다. 요즘 공직사회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투명하고 청렴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반문하는 공무원 대부분을 '부패냉감증'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치료를 통해서 반응할 줄 알도록 만드는 '불감증'보다도 더 무서운 '냉감증

이라는 것이다.

한 예를 보자.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400명, 공무원 1400명, 기업인 700명, 외국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부패 수준에 대해 일반국민의 51.6%, 공무원의 10.5%, 기업인의 39%, 외국인의 37%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공직사회의 부패수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 공무원들에 대해 '부패하다'고 평가한 층은 일반국민이 54.1%, 기업인이 40.9%, 외국인이 38.0%였다. 아직도 공직사회가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공무원 자신들은 같은 질문에서 2.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아주 극소수만이 여전히 부패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7.6%는 공직사회가 부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투명하고 청렴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왜 일반국민을 비롯한 기업인, 외국인들은 자신들이 부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공직사회를 여전히 부패한 집단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공직자들이 무엇이 부패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그 두 번째는 여전히 부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류(특히 업무성격상)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이런 경우다. 퇴근시간을 조작해서 야근수당을 받으면서도 죄의식이 없다.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 것인 양 의식하지 못하는 무서운 부패행위. 국민의 세금을 훔치는 이 같은 짓은 유형을 달리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심각한 부패불감증인 것이다. 또 하나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부패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경우다. 즉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각종 보조금 횡령사건 등이 그것이다. 이 역시 유형은 다르지만 끊이지 않고 있다. 이쯤되면 국민들이 공직사회가 여전히 부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권익위가 향후 부패문제에 대한 엄정한 적발·처벌 시스템을 확립해 더욱 청렴한 공직 풍토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보다 앞서 공직자들의 '부패불감증'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냉감증'으로 가면 그땐 정말 약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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