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거부한 낯선 소통방식
'틀'을 거부한 낯선 소통방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2.19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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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
30일까지 박영학·강희주 작품 선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이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영학 작가와 강희주 작가의 개인전으로 입주기간의 작업 성과를 전시한다.

박영학 작가는 풍경에 관한 예술적 경험과 기억을 캔버스에 옮겨 놓았고, 강희주 작가는 공간이나 물체에 대한 낯선 방식으로 소통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터들의 평을 통해 감상해 보자.

박영학의 풍경-순수 예술적 경험과 기억

박영학의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처음 접했을 때 필자에게 떠오른 것은 역시 매체의 문제였다. 일견 흑백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풍경들, 산과 하늘, 나무와 바위, 능선을 따라 흐르는 밭고랑 등이 한국화를 전공한 여느 작가들의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대상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전통 수묵 산수가 보여주는 선(線)의 유희, 혹은 수묵의 농담(農談), 아른거리는 대기(大氣)의 여운은 사라지고 또렷하고 힘차게 그어진 검은 선, 치밀하게 묘사된 나무와 숲이 전통 한국화와는 조금 다른 형상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나아가 밭고랑을 묘사한 검은 선들은 반복적 곡선을 구성함으로써 패턴화되었고, 세밀하게 묘사된 나무와 시각적 대조를 이루고 있는 등 다른 한국화가들이 모색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의 유사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학의 작품을 한국화로 분류(혹은 속단)하였던 이유는 동양화 전공과 더불어 풍경 이미지, 장지의 사용 등의 차원에 근거한 성급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사실적 묘사의 나무가, 양식화 과정을 거쳐, 추상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하나의 대상을 지속적으로 실험해가는 박영학의 풍경은 전통적 소재주의를 넘어 아직도 한국화를 옭아매고 있는 '전통'이라는 짐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정연 (아트라운지 디방 실장)

강희주의 언어화되지 않은 낯선 감각적 소통방식

그의 작업에서는 색채가 두드러진다. 공간은 있으되 거의 무시되며, 시간성이나 (상호) 관계성이 부재한다.

"나는 외부에 대한 욕망,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 아이러니, 공허, 현실에 대한 두려움, 내면의 붙잡을 수 없는 세계에서 버티기 위해 몸부림친다. 수많은 가식과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진실은 차가우면서도 냉혹하며 뒤돌아보는 순간 깨져버린다. 충족 받지 못하면 충격을 필요로 한다."

강희주의 작업의 핵심을 이루는 감각적이고도 촉각적인 덩어리들은 소통가능한 규정되지 않은 영역으로 뻗어가고자 하는, 내면에서 오랜 기간 응축된 강력한 충동적 에너지를 잠재적으로 담고 있다.

강희주의 작업은 주술성을 띤 강력한 염원의 결정체이며, 또한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심적 기제이다. 이것은 정형화되지 않은 심리적 파편들이 모여, 질서라는 테두리에 구속되지 않고 임의적인(자율적인) 방향으로 각각의 촉수를 뻗치지만, 그러면서도 이 감각기관들은 크게 일탈하지 않고 일정한 형상을 이룬다.

강희주가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되든지, 그의 말처럼 자신의 작업이 "자신이 가꾸고 다져서 만들어나가는 크고 아름다운 숲"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김수영(독립큐레이터,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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