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OECD PISA 학력평가서 빛나다
상하이, OECD PISA 학력평가서 빛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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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이 본 외국의 교육현장
윤유진 <성균관대학교 사교육정책 중점연구소 선임연구원>

상하이(上海)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던 곳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항일 독립운동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애국단원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는 김구 선생의 지도 아래 도쿄와 상하이에서 각각 일본 왕 등에게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감행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상하이의 청소년들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OECD에서 지난 7일에 발표한 '2009 PISA 학력평가' 결과에서 중국 상하이가 전 분야에 1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34개를 포함한 65개 국가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능력 및 수학과 과학 능력 측정을 실시한 결과였다. 수학 영역의 심화문제 해결에 있어 OECD 국가들이 평균 3%인데 비해 상하이는 25%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는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시도 알려져 있다. 인구는 약 1900만명으로 99%가 한족으로 이뤄져 있다. 국제무역의 중심도시로 주목받기 전인 19세기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그리 주목을 받는 도시가 아니었다. 지난 몇십년에 걸쳐 경제, 무역도시로 가장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명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도시'로 일컬어졌다. 이번에는 상하이가 세계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교육의 세계 동향을 살피고 있는 필자에게 OECD PISA의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사교육이 가장 발달한 도시 중 하나로 상하이를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날아온 뉴스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시장경제의 영향으로 경제 사유화가 가속화되면서 사교육이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1979년에 실시한 '1가정 1자녀 정책'은 외동 아들·딸로 태어난 아이들을 '소황제'로 만들었고, 이들의 사교육으로 중국 부모들이 허리가 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홍콩 사범대 교수 Mark Bray는 중국과 같이 사교육이 유행하는 국가들에서 학벌이 중요시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국가들은 최고권위의 관리채용관문체계 등 중요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꼽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전반의 개혁이 함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문화에서는 사교육이 광풍처럼 유행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사교육은 마오쩌뚱 시대 이후에 나타난 현상으로 2003년에는 급기야 국가차원의 사교육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것이 중국의 방대함 때문에 가난한 지역과 부유한 지역에 오히려 불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다. 31개 지역으로 형성된 중국은 인구만 보아도 EU 인구의 4배이며, 유럽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인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두 배가 넘는다. 사교육을 국가수준에서 일반화하여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Danial B. Wright 박사는 중국의 사교육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부유한 지역에서 사교육은 지나치게 팽창하고 있으며, 가난한 지역에서는 사교육을 거의 받지 못해 교육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역으로 지역의 균형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여건에 따라서 복잡하게 사교육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상하이가 세계교육계에서 일을 낸 것은 크게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15억 인구 가운데 선택받은 1.3% 도시 상하이가 중국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경제중심도시 상하이가 교육중심도시 상하이로 이어지는 교육불균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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