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시골절임배추는 말한다
괴산시골절임배추는 말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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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주영서 <괴산군 재무과>

지난주 집안일을 하던 중 이웃집의 절임배추 작업장에 들렀다.

작업을 하던 주인은 내가 잠시 거들어 주는 것이 고마웠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기막힌 사연 하나를 들려주었다.

올해는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서 생산량을 예년의 80% 수준으로 보고 예약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배추가 한창 크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가을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의외로 저조했고 주문받은 양을 보내주기에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시장상인에게 주문하면 편하겠지만 낮은 품질이나 수입산 배추가 올 수도 있어 절임배추 명성에 흠집을 낼까 싶었단다. 간신히 한 포기에 2500원씩 부족한 배추를 구입했지만 인건비와 운반비를 포함하면 3000원꼴이 됐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우선 생각했기에 부족분을 채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주인이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절임배추 20kg 1상자에 8포기 정도가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생육 부진 등으로 10포기에서 12포기를 넣어야 20 한 상자를 만들 수 있었다.

배추 값만 놓고 보면, 3만원 이상이 투자되는 셈이다.

여기에, 인건비, 소금 값 등을 더하면 결국 절임배추 한 상자를 2만5000원에 판매해도 적자였다. 물론 택비는 제외한 값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산 농가들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키 위해 올해는 손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배추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고, 이로 인해 일부에서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배추를 보낸 농민이 있었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보내준다고 약속한 날에 김장 담글 양념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데 절임배추가 도착하지 않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배추가 도착했을 때, 그 당혹감과 불신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판매자들이 지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비용을 부담하며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대다수 농민들의 수고까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괴산시골절임배 생산농가들 사이에도 약속을 어긴 농가들 때문에 그동안 괴산절임배추가 쌓아온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분들의 마음은 손해를 보면서라도 보내줄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아플 것이다.

이쯤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조금씩 상대방을 이해하는 모습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농민들은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이라도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한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괴산시골절임배추 생산이 끝나는 게 아니다.

연락을 끊거나 질이 떨어지는 절임배추를 보내고 생산자 입장에서 괜찮다고 판단해서도 곤란하다.

어떤 경우에도 생산농가들은 소비자를 진심으로 감동시켜야 할 고객으로 대우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생산자의 진심어린 사과의 뜻이 전달되면 받아들여야 한다.

생명체인 배추가 이상기온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올해처럼 배추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에는 환호를 받고 후기에는 비난을 받은 경험은 괴산시골절임배추 생산농가 모두에게 큰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내년에는 괴산시골절임배추가 더욱 사랑받고 품질과 서비스로 소비자 모두를 가슴으로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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