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기상(島山氣像)
도산기상(島山氣像)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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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서울 강남에는 도산공원도 있습니다.

일전에 강남의 도로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차량들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간다는 일이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운행되고 있고, 그 안에 질서라는 중심이 있다는 상념에 빠져 있다가 일본의 젊은 커플에게 길안내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 도산공원이 어디냐고요" 어설프게 한국말을 떠듬대는 그들의 진의(眞意)를 알아채고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관광지도를 참고해 설명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사람도 아닌 제가 가 본 적이 있다는 특별한 선경험(先經驗)이 있기에 다행이라는 것과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청년들이 오히려 우리들보다도 먼저 한국의 독립운동가를 찾고 있다는 놀라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도산공원을 거닐며 적어보았던 안창호(安昌浩, 1878~1938)의 대갈일성(大喝一聲)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우리 청년은 태산 같은 큰일을 준비합시다. 낙심 말고 겁내지 말고 용감하고 대담하게 나아갑시다.",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안창호의 말에는 막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레토릭(rhetoric)의 힘도 느끼게 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하자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논조가 오롯이 살아있습니다.

줄기차게 계몽활동을 벌인 개혁운동가이기도 했던 안창호의 '도산(島山)'이란 호(號)를 대하면 '산처럼 생긴 섬'의 모습이 연상이 되고, 곧바로 '독도(獨島)

를 연결 짓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분은 독도와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마다하는 고독한 자리에서 오직 조국의 찬연한 독립을 위해 애간장을 태우셨을 모습이 동해의 푸른 바다 맨 끝자리에 "여기가 대한민국의 영토(領土)니라"고 굳건히 심지를 박고 있는 독도와 오버랩 되니까요. 그리고 그분의 호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섬 도(島)' 안에 들어 있는 '뫼 산(山)'이 기어코 밖으로 독립한 기상(氣像)과 조합미(組合美)를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기를 때엔 100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족히 100년 동안 숨을 고르고, 몰입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도산이 구축하려던 '신민(新民, new people)'과 '흥사(興士, rising talent)'라는 계층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실업사상으로 무장해 산업을 경영할 신민으로서의 백성과 맡겨진 일을 훌륭하게 처리할 능력을 갖춘 흥사로서의 백성을 육성하려던 일은 이미 100년이란 시간과 맞물려 있는 묵직한 사건이었으니까요.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인가요? 정말 그렇다면 왜 일본의 청년들이 타국의 독립지사(獨立志士)를 기념하는 공원까지 보물찾기 하듯 찾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강남의 도산공원에 가면 다섯 가지의 도산기상(島山氣像)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주정신, 진리정신, 협동정신, 개조정신, 그리고 애국정신입니다.

기상이 곧 그 사람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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