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枳)
남귤북지(南橘北枳)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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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남귤북지(南橘北枳)는 남쪽 땅에서 자라는 귤나무를 북쪽 땅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환경이나 문화가 달라지면 사람의 언행이나 사고방식도 바뀐다는 뜻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제(齊)나라에 일세를 풍미한 안영이라는 재상이 살았다. 어느 날 초(超)나라 왕이 안영을 초대했다. 안영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물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제나라 돌아가는 정세를 파악하고 싶기도 했다.

초나라 왕은 인사를 나눈 다음 안영의 외모를 갖고 시비를 걸었다.

"제나라에는 쓸 만한 인물이 없는 모양이지요?"

천만에요. 인물이 넘쳐나 누구를 대신 자리에 앉힐까 임금이 고민하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당신과 같은 사신을 보냈는지 모르겠소"

초 왕은 키가 5척(150cm 내외)도 안 되는 안영을 내려다보며 이죽거렸다. 그러자 안영은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초 왕에게 태연하게 응수했다.

저희 제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 꼭 지키는 불문율이 하나 있사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사신이 가는 나라의 크기에 따라 사람을 골라 보내지요. 작은 나라는 키가 작은 사신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키가 큰 사신을 보냅니다. 물론 저는 대신들 중에서 키가 가장 작아 초나라에 뽑혀 왔습니다."

안영의 정곡을 찌르는 답변에 그만 초 왕의 입이 떡 벌어졌다. 초 왕은 안영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거리를 찾기 위해 대궐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저자거리를 지나는데 못 보던 옷차림을 한 사내가 오랏줄에 손이 묶인 채 질질 끌려가는 게 아닌가? 초 왕은 포졸을 급히 불러 세웠다.

여봐라! 무슨 죄를 지었기에 사람을 포박해서 개 끌듯 끌고 가느냐?"

전하, 이놈은 남의 집을 제 집 드나들듯 하면서 물건을 마구 훔친 절도죄인입니다."

그 죄인의 옷을 보니 초나라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맞느냐"

예, 제나라에서 온 사람입니다."

그럼 그렇지!"

초 왕은 이번에는 안영의 기를 꺾을 좋은 거리가 생겨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초 왕은 "제나라에는 남의 재물을 함부로 훔치는 도둑놈들이 득실거리는 모양지요?" 하고 안영에게 무안을 주었다. 그러자 안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훈계하듯이 초 왕에게 말했다.

보아 하니 초 나라는 왕실에서부터 저자 사람들까지 살찐 돼지처럼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에만 열중할 뿐 도통 책을 안 읽는 거 같아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오!"

초 왕은 기분이 나쁜지 안영에게 쏘아붙였다.

전하께서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도 모르시는 거 같아 감히 드린 말씀입니다."

흠, 흠..." 초 왕은 답변이 궁해 헛기침만 했다.

이 말은 남쪽 땅(제나라)에서 자란 귤나무를 토질이 나쁜 북쪽 땅(초나라)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뜻입니다."

그건 당연하지요!"

초 왕은 얼떨결에 안영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말았다.

전하, 저 사람도 제나라에서 살 때는 착했으나 여기 와서 초나라의 나쁜 풍토에 물들어 도둑질을 배운 게 틀림없습니다."

안영의 반격에 초 왕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초 왕은 안영과 더 이상 대적해 봐야 본전도 못 찾을 거 같아 그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소문대로 경의 재기 넘치는 언변과 지략(智略)에 경탄을 금할 수 없소이다. 우리 그만 하고 대궐에 돌아가 대취하도록 술이나 마십시다."

그리하여 초 왕은 안영을 만나본 뒤로 제나라를 함부로 넘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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