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의무를 다한 이의 비애
국방 의무를 다한 이의 비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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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
김중길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

지난 여름 무던히도 더웠다. 한반도가 온통 찜통이었다. 궂은 날도 많아 온갖 농작물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지구촌 곳곳이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래선지 여론도 뒤숭 숭 했다. 결코 유쾌한 여름은 아니었다.

R. M. 릴케는 "하느님, 지난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이 달콤하고 풍성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가을을 주셨으니."라고 그의 시에서 읊었는데, 과연 우리에게도 지난 여름은 위대했는가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겠다. 한마디로 불쾌한 여름이었다.

우리를 불쾌하게 한 가장 큰 악성바이러스는 천안함 사건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였다.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내내 우울증을 앓았다.

후보자들 중에는 이런 저런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병역 기피가 아니라 합법적 면제였음을 강변했지만, TV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합법적 면제라는데 왜 마음속이 어두웠을까?

그 첫째 이유는, 서해에서는 천안함 사건이 발발하고, 여의도에서는 병역 문제로 날선 공방이 끊이지 않아 국민적 불안이 고조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둘째 이유는, 결코 보통사람이 아닌 특수층의 인기 연예인들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돈으로 온갖 짓거리를 거리낌 없이 자행했기 때문이었다. 묘하게도 돈과 권력의 오버 랩이 국민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들은 권력 일선에서, 또 그들이 연기한 병역 관련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무엇을 주장했고,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공교롭게도 국민적 도리를 한결같이 역설한 사람들이다.

평론가 이어령씨는 "자기 목장의 울타리를 잘 지킬 줄 아는 사람은 나라의 울타리도 또한 잘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참으로 가슴을 치는 명언이다.

국방(國防)이 무엇인가?

나라의 울타리를 굳건히 지켜 도둑이 들지 못하게 하는, 그래서 국부(國富)보다 중요한 나라의 중대사다. 일부 권력층이나 일부 연예인들 가운데 만에 하나 자기의 울타리만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울타리를 지키는 일을 저버렸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고해성사를 하고 현재의 자리에서 용퇴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당당하게 병역을 마친 사람 중에는 총리감도, 장관감도 진정 없는가 묻고 싶고, 묻다가 시원스럽게 대답해 주는 이 없어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다.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해 하였다. 병영 생활도 안 해 본 사람들이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갈 수 있을까? 병역의무를 미필 했어도 국방업무만 안 맡으면 되는가?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국정의 연계성은 치밀한 구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통일의 역사는 한발자국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통일의 깃발이 펄럭이는 그 역사 현장에서 병역 기피자들의 모습과 만나게 될까 두렵다.

두렵고 우울했던 지난 여름, 그래도 우리를 환호하게 했던 건 한국낭자들의 FIFA 축구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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