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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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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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보낸 사람 치고 ‘도시락추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학교생활과 뗄 수 없는 것이 도시락인데, 그것도 벌써 옛이야기가 되어가나 보다.

요즘 학생들은 고3조차도 도시락 가방을 안 들어본 세대에 든다.

6·25 종전 후 20여년간, 결식아동들에게 유니세프의 구호품 옥수수로 ‘꿀꿀이죽’이나 빵을 만들어먹였고, 그 뒤 얼마간은 정부가 빵과 우유를 배급했다.

그러다 학교급식법이 제정돼 급식이 교육의 일환이 된 것이 1981년이니, 그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10년 전부터는 전국 학교들에서 민간위탁을 포함해 급식을 확대, 학령기 자녀를 둔 주부들을 도시락고민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은 혁명’을 이루기도 했다.

학교급식 확대 이후 10년. 이제 전국의 모든 학교들에서 급식이 실시되고, 94%에 달하는 735만여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충북은 463개 모든 학교에서 98.7%인 24만여 명이 이용)그러나, 급식으로 영리를 취하는 업체 위탁비율이 여전히 높아 이것이 부실급식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부실급식의 주범은 단연 싸구려 식재료다.

조리를 해도 물컹거린다 하여 ‘물탱이’, ‘찔찔이’로 불리는 불량 식재료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직영급식을 하고 있으나, 중학교는 직영 비율이 75%, 고등학교는 56%남짓에 머물고 있다.

도시일수록 위탁률이 높아 청주의 경우 28개 중학교중 13개교가, 고교는 27개 중 14개교가 위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던 심정으로 팔을 걷고 나선 것이 ‘학교급식 네트워크’다.

4년 전 시작된 이 운동은 시·도별로 지역우수농산물 사용과 지자체 지원을 명시하는 급식조례 제정을 추진했고, 모든 시·도에서 자치입법을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충북에서도 주민발의로 급식조례를 제정했는데, 뜻밖에도 도지사의 재의 요구와 행자부의 효력정지 제소로 무산되고 말았다.

재수 없이(?) ‘나쁜 시범’에 걸려든 충북 등의 조례는, 전북조례가 “WTO협정위배”라는 대법 판결을 받은 이후 그 판결에 대한 질타와 개탄이 이어지면서 선고 연기나 계류 형식으로 사문화된 상태다.

(집행청의 ‘딴지걸기’로 무산된 곳을 제외한 타 시·도들은 당연히 번듯하게 시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 기초단체 조례제정 운동이다.

기초단체는 정부가 WTO 양허안 제출당시 적용 대상에 넣지않아 시빗거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전국 234개 기초단체 중 142곳에서 제정에 나섰고, 충북은 음성에 이어 충주, 괴산, 영동에서 제정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청주는 주민발의 서명에 들어갔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대법의 황당 판결도 외교통상부의 의견을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외통부는 어느 나라도 시비삼지 못할 일 앞에 제 발등을 찍는 ‘뻘짓’을 했던 것이다.

WTO농업협정 참여 25개국 중, 미국이나 EU 등 20개국은 아예 학교급식용으로는 자국산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했고, 일본은 공동구매시 가능토록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싱가포르, 홍콩 등 자국농산물이 거의 없는 도시국가들조차 “타국사례를 따르겠다”고 했음에도, 유독 우리 정부만이 아예 개념조차 상실한 양허안을 내고, ‘알아서 먼저 기는’ 꼴을 보인 것이다.

학교 급식이 지자체의 짐을 넘어 중앙정부의 책임 사안인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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