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4대강 사업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4대강 사업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0.18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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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요즘 4대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참 이상하다. 찬반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시민들의 반응이 냉담해지고 있다. 시간을 질질 끌고온 탓도 있지만 이젠 식상할 만큼 식상해진 4대강 사업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렇다고 쟁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면서 어느 사이엔가 계륵이 된 느낌이다. 찬반론자가 아닌 대다수의 시민들은 누구의 편도 아닌 제3자가 되어 관망자가 되어가고 있다. 갈등이 초래한 부작용()이다.

지난 12일 충북도에서 열렸던 4대강 사업 토론회만 보아도 그렇다. 찬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행사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회의실을 꽉 메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돌았다.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살피는 듯한 참석자들의 묘한 눈빛은 그만큼 사안이 예민하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농사일도 팽개치고 나온 시골 어르신들 손에는 시민단체에서나 익숙한 피켓을 들고 암묵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대부분 둑높이기 사업이 진행 중인 보은과 진천에 살고 계신 이해 당사자들이었다. 4대강 사업을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보상을 받아야 할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사업을 추진하고 말고가 아니라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데 보상을 얼마나 받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씀이시다. 주제 발표자들의 발제 때도 의견과 다르면 수런수런대며 간간히 욕설도 터져나왔다.

장장 4시간의 토론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씁쓸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똑 부러진 결론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 때문도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투박한 시골 어르신들조차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주는 씁쓸함이다. 본질은 사라지고 겉치장들만 화려한 말잔치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아서다. 여기에 찬반을 부추기며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또 다른 다른 일을 모색하는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한쪽에서 찬성하는 이들이, 한쪽에선 반대하는 이들이 견제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냉담해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사라지고, 믿음이 사라지는 마당에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하는 문제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누가 부를 챙기고, 누가 정의롭고 하는 진정성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자체는 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사업을 포기 못하고, 이해 당사자들은 보상의 크기 문제로 아옹다옹하고, 환경단체들은 대의명분을 내세워 사업 저지에 나서고 있으니, 사업의 진정성을 따지기도 전에 꼴이 말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선 대화가 실종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의 여파인지, 정당정치의 여파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가 속출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대응하고 있다. 협력과 조화를 외쳐대고 있지만 비협력적이고 비조화적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면서 진실보단 여론이란 이름으로 떼밀려 가고 있다. 중대한 사안도 여론에 의해 질질 끌려다니는 사이, 본질은 뭉개지고 균열만 남겨지고 있다.

공염불이 될지 모르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한발씩 뒤로 물러서자그리고 냉정해지자.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시금 의견을 만들어보자. 머리로 하는 말이 아닌, 가슴으로 하는 말로 만나 정말 무엇이 서로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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