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징금 환수 의지 있는가
정부, 추징금 환수 의지 있는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10.17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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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1. 지난 10일 열린 대구공고 총동문회가 돌연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미납분 중 300만원을 냈는데, 이 돈이 모교인 대구공고 총동문회에서 받은 강연료 수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말 인터넷 뉴스 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리꾼들이 강연료를 받았다는 사실에 놀란 것은 아니다. 지난 9일부터 전 전 대통령의 대구에서의 4박5일 동안의 일정, 특히 총동문회라는 잔치판에서 그가 받은 환대가 다수 국민정서와는 완전히 동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대구공고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지난 10일의 체육대회 사진 및 동영상 자료를 보면 환대도 이런 환대가 없다. 언론이 용비어천가가 아닌 그의 성을 딴 전(全)비어천가로 표현할 정도다. 동문회 당일 그의 모교 정문 입구 본관 건물에는 환영 현수막이 걸려져 있고, 일부 기수 동문은 체육대회에 입장할 때 '각하 내외분 만수무강 기원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타나 단상의 전 전 대통령에게 합동으로 큰절까지 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올려졌다. 다음날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골프대회도 촌극을 넘어섰다. 대회의 공식 명칭이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다. 6회째 맞는 이 행사의 시상식에서는 사회자가 우승팀에 상을 주면서 '황금 세공이 된 각하의 용안이 새겨져 있는 메달을 수여한다'고 말했다. 어디에도, 어느 곳에서도 '전 전(前) 대통령'이란 말은 일절 꺼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의, 적어도 그 동문회에서의 전 전 대통령은 아직도 각하였고, '영원한' 대통령이었다.

2. 대한민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97년 4월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그의 범죄 목록은 모두 13가지. 반란수괴·반란 중요임무종사·불법진퇴·지휘관 계엄지역 이탈·상관살해·초병살해·내란수괴·내란 중요임무 종사·내란목적 살인·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이후 사면을 받았으나 추징금이란 꼬리가 붙었다. 추징금 규모는 총 2205억원. 검찰은 이 중 500여억원은 환수했으나 아직 1672억원은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 나머지 추징금은 받아낼 길이 없을까. 본인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움직일 때마다 큰돈을 펑펑 써대는 그를 보면 그러한 심증은 더욱 확고해진다. 이미 숱하게 측근들과 호화 골프 회동을 하고, 국외 여행을 했으며 2003년에는 모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다며 수백만원짜리 기념식수를 해 구설에 올랐던 그다. 특히 지난해에는 탤런트 박상아씨와 결혼한 둘째아들이 30억원대의 호화빌라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문제는 법원의 추징금 판결이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추징금은 본인 명의의 재산인 경우에만 징수할 수 있으며, 본인의 돈이었다는 확증이 없으면 가족이나 친지 명의로 빼돌렸더라도 이를 받아낼 수 없다. 또 내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을 못한다. 벌금형은 이행하지 않으면 유치장에 강제 구금을 하지만 추징금은 이런 제도가 없다. 지난해 국감 때 국회에서 추징금을 내지 않을 경우 노역장 유치 집행을 하자는 얘기가 거론됐으나 웬일인지 법무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월 50만원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의 통장에 아르바이트로 번 20만원이 통장에 입금되면 이를 기가 막히게 알아내 그 차액 30만원만 지급하는 우리 정부가 왜 이렇게 추징금 환수 의지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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