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행복지수를 높여라
축제의 행복지수를 높여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0.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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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어느 계절보다 풍성한 계절, 가을이다. 높고 청명한 하늘과 곱게 물들어가는 산빛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한다. 이런 계절탓인지 지금 전국은 축제로 한창이다. 가깝게는 청원생명축제가 지난 주말 풍성하게 마감했고, 수안보에선 온천축제가, 부여에선 백제를 테마로 한 세계백제대전이 열리고 있다. 또 주말 청주에선 외국인노동자 축제와 다문화축제가 열려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뜻 깊은 행사도 열렸다.

그런가 하면 멀리 부산에선 부산비엔날레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돼 축제의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순수미술인들이 참여하는 비엔날레와 국제 영화제를 테마로 한 두 축제는 우리 충북지역의 대표적인 축제와 테마가 같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축제다.

지난 7일과 8일, 축제가 열리는 부산을 방문했다. 첫 방문일인 7일은 부산문화재단 콜리키움 강연회로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충북지역의 축제와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지역사례를 통해 부산과 문화예술 전반을 살펴보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또 현장에서 활동하는 부산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타지역과 부산의 현재를 진단하는 미래지향적 논의의 자리였다. 재단 설립에서 신생팀이라 할 수 있는 부산문화재단이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며, 한편 부럽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토론회 자리에서 부산예술인들은 축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경제적인 성과가 있기는 한 건지, 축제를 해야되는지에 대한 타인적 시선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단지 어느 지역의 축제만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연일 열리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철저한 준비없이 시작한 축제는 단발성에 그치며 사장되기도 하고, 막대한 예산 낭비로 빈축을 사는 축제도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 속에는 축제의 정체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수식어를 붙여 포장하는 축제로는 더 이상 시민의 감동을 끌어내지 못할 것임을 현장 예술인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8일은 축제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을 둘러 보았다.

순수미술인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는 부산비엔날레는 학교수업의 연장으로 체험학습장이 되어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며 적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음을 느낄 정도였다. 늘 있어왔던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탓인지 규모에서도 하나의 기획전을 보는 듯해 아쉬움도 들었다. 작품의 수나 규모는 차치하고라도 상설전시장은 행사의 신선함을 주는 데 마이너스가 되고 있어 보였다.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비교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후죽순 열리는 축제로 이 가을, 대한민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즐거운가 하면, 소란스럽기도 하다. 풍성해지는가 하면 빈약해지는 것도 축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축제도 다양할수록 풍성해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성을 바탕으로 개최하는 축제는 시작부터 철저한 기획과 의도, 규모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안에서 검토하고 평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타지역 사례를 통해 평가해 보는 방법도 좋을 듯싶다.

긍정적 성과를 얻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축제로의 고민. 주머니가 두둑해지지 않아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축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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