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의 기부 유전자
신영균의 기부 유전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10.0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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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신정환, MC몽의 도박과 병역기피 문제로 도매금으로 풀이 죽었던 연예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빨간 마후라'의 영원한 파일럿, 원로배우 신영균의 기부 소식이다. 82세의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아무 조건없이 출연했다.

서울의 영화 1번지인 충무로의 명보극장과 제주 서귀포에 있는 신영 영화박물관 등 보유하던 부동산을 내놓은 것이다.

영화계가 떠들썩해졌다. 500억원이라니. 그것도 개인이. CJ 등 국내 재벌 미디어 그룹들도 한 예가 없던 큰 액수의 기부이기에 더 놀랐다. 사재 출연 과정에서 했다는 가족회의도 훈훈한 얘깃거리가 됐다.

그 큰 액수의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데 가족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아내는 '장한 일을 한다'고 격려해 줬고, 손자 손녀들도 '할아버지 멋쟁이'라고 박수를 쳐 줬다.

영화계 인사들도 '커피 한잔, 자장면 한 그릇 제대로 사지 않던 짠돌이가 웬일이냐'라며 놀라워했다.

전세를 살면서 수십억원을 기부하고, 지금도 기부를 멈추지 않고 있는 김장훈과 역시 기부천사인 문근영 등에 이어 삶의 황혼길에 접어든 노 영화인의 아름다운 기부에 연예계가 모처럼 웃었다.

국세청이 최근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수법을 공개했는데 그 수법이 놀랍다. 현금 수입을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은 낡은 고전에 속했다. 특히 법을 지키는 변호사들의 탈루 기법은 범죄 수법과도 비슷했다. 자신이 퇴임 직전 몸담았던 서울의 한 법원 옆에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한 A씨는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고액의 형사사건을 독점, 무려 1년간 10억원을 빼돌렸다. 수법도 007 뺨치는 수준이었다. 수입 금액과 관련없는 공탁금과 저가 수임료 등은 사업용 계좌로 받고, 수천만원~억대 이상의 고액 착수금과 성공 보수는 사무장 등 직원 명의의 '탈세 전용 계좌'를 만들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받아 챙겼다.

경기도의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B씨는 의뢰인에게서 받은 보수금을 역시 개인 전용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12억원을 탈루했다.

인천의 또 다른 법무법인 대표 C씨는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 집단 등기 과정에서 1~2개 단지를 통째로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7억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이렇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세무조사에서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116명이 누락시킨 소득 금액은 모두 686억원. 국세청은 지금도 고액의 성공 보수금을 누락시킨 변호사 5명의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를 진행중에 있다.

3년 전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이 주목을 끌었다. 히브루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성인 203명(남자 102명, 여자 101명)에게 DNA샘플을 채취한 다음, 이들에게 각각 12달러씩을 지급했다.

그 후 온라인을 통해 '받은 돈을 모두 가질 것인지, 또는 돈의 일부나 전부를 타인에게 기부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선택하게 하는 게임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종의 단백질 유전자인 AVPR1a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50%나 더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게 이타적인 '기부 유전자'를 선천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유형이 따로 있다는 얘긴데, 몰염치한 사회 지도층 고소득 전문직 세금 탈루자들은 '체면 유전자'조차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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