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파동과 농산물 시장
배추파동과 농산물 시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0.04 2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배추가격이 추석을 전후해 가격 급등에서 파동으로 번지고 있다. 김치가 금치가 되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오르내리더니 식탁에서까지 김치 구경이 쉽지 않다.

음식점마다 반찬으로 올려진 김치를 보면 박하기까지 하다. 워낙 비싸다 보니 아예 김치를 짜게 담가 젓가락을 덜 가게 한다는 말도 있고, 발빠르게 중국산 김치로 대치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김치 소비가 많은 고기집에선 김치를 요구하면 차라리 고기를 더 주겠다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주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김치에 손을 대기 겁날 정도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더니 금값은 금값이다.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김치공급도 수월치 않다. 학교나 교도소 등 배식 위주인 공공기관은 김치 중단까지 검토 중이란다.

김치가격의 고공행진은 최근 인터넷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괴산군이 괴산절임배추를 시세의 5분의 1 가격에 예약 접수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예약 폭주로 나타났다. 20 1상자에 2만5000원임에도 절임배추 주문은 짧은 시간에 예약을 끝냈을 정도다.

선납을 결정했던 김치 업체들은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납품을 포기하고 있고, 김치 업체도 최고 26.4%가량 포장김치 가격을 올려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또다시 서민경제에 주름이 더해지게 된 꼴이다.

여기 저기서 배추파동에 김치파동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김치 파동을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배추 값 안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배추와 무를 수입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부 장관은 중국 산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유통폭리를 차단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재빠른 상술에 벌써 중국산 배추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배추 가격 안정에서 수입된 중국산 배추가 과연 한국 배추시장을 안정시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 논리상 어쩔 수야 없겠지만 배추파동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역시 너무 조급하고, 성숙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 올해는 연초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채소와 과일 작황이 좋지 않았다. 배추 역시 잦은 가을비로 녹아내린 탓에 수확이 어려웠다.

식탁의 메인이 김치여서 그런지 배추파동은 추석이후로 더 기승이다. 당장 음식대란이라도 나는 것처럼 호들갑이고, 정부는 코앞의 불을 끄겠다고 수입에 나서고 있다. 물가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일환으로 수입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를 보며 기껏해야 한 달 안에 출하될 김장배추의 가격하락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배추를 통째로 수입하면서 발생될 식품의 안전도 문제에 대한 우려감도 작용한다. 식품으로 가공한 김치수입과 원재료인 배추 수입은 의미 자체가 다르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한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위치에 대규모 농업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농업인이 중국으로 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토지 임대 등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조건도 붙여서 말이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중국이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농업분야마저 중국의 손에 맡겨야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에 반해 우리 농가들은 농사를 잘 지어도 걱정이고, 농사를 망쳐도 걱정이다. 잘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망치면 수입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일구겠는가. 배추 수입으로 시작될 농산물 시장이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