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도 닮았네
발가락도 닮았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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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반숭례 <수필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고 만남이 이뤄지는 일상이 행복하다.

헐렁한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노랑머리에 뾰얀 피부,웃을 때면 윗입술 옆에 움푹 패이는 작은 보조개와 익살스러운 기쁨이 가득 찬 모습은 어렸을 때의 아들을 꼭 빼닮은 손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더니만 이젠 깡충깡충 뛰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보고 '하미'라고 부른다.

고추잠자리 날개에 묻어 온 가을이 안마당 화단가 백일홍 꽃잎에 앉아 있고, 노란 국화꽃 봉오리가 햇살에 속살거리고 있는 오후에 '하미'부터 세 살 난 손주까지 마루에서 송편을 빚었다.

아들과 며느리는 처음 만들어 보는 송편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개성시대이니 각자 개성대로 만들자며 별 모양부터 동그란 원에 엄지손가락을 꾹 찍어 놓은 모양까지 그야말로 개인성이 나타난 뚜렷한 예술적 작품이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손주는 엄마 아빠의 송편 만든 작품이 내심 안타까워 보였던지 나를 보고 한쪽 눈을 찡긋한다.

손주의 눈웃음에 나는 빙그레 웃다가 펑퍼짐한 자세로 앉아 있는 손주와 아들 발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 발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웃음보가 터졌는데 내 웃음의 의미도 모르면서 따라 웃고 있는 아들 발가락과 손주 발가락을 나는 만져 보였다.

그제서야 꼭 닮은 발가락을 쳐다본다.순간 나는 '송아지'라는 동요에 붙여 '아빠 소와 아가 소 발가락도 닮았네' 하였다.

아가들은 부모를 따라 하면서 어느 사이 닮아가고 있는 것이 사랑인가 보다.

파란 하늘 흰 구름이 넘실대고 안마당의 분꽃향기가 그윽한 가을날 오후.

나른한 햇살처럼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사랑으로 웃음칠한 행복은 나 스스로를 내려놓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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