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협회에 거는 마지막 기대
충북협회에 거는 마지막 기대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10.03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전라도향우회는 해병전우회, 고대동문회와 더불어 단결 잘하기로 소문난 조직이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이라도 고향만 '전라도'라고 하면 단번에 서로가 '고향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가까워진다. 출향인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이처럼 늘 자리하고 있는 것이 지연(地緣)이라는 고리다.

바로 한국인들에게만 나타나는 이런 천성적인 품성 때문인지 고향처럼 푸근한 단어도 없다. 이런 푸근한 마음으로 만나 터 놓고 이야기하는 모임이 지역명을 단 무슨무슨 향우회다. 충북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충북향우회인 '충북협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충북협회는 4년여 동안 구성원 간 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으면서 오히려 충북지역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산재한 고향민들도 창피스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누가 들을까 봐, 다른 지역민들이 알까 봐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회장 선출 문제 때문에 빚어진 내홍(內訌)이 도저히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이제는 양분돼 나눠지게 됐다.

현 이필우 충북협회 회장이 '협회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했다'며 반대해 온 재경 7개 시·군민회(청주·청원·충주·보은·옥천·증평·괴산) 회장단이 지난달 27일 모임을 갖고, 다음 달 8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별도조직인 '(가칭)재경 충북향우회'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향후 미가입한 5개 시군민회(제천·영동·진천·음성·단양)의 참여가 있을 경우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사정이 이렇자 충북협회는 타지역 출신의 사무총장을 지역 출신으로 교체하고, 15일 회장단 및 이사회의를 개최한다고 지난주 밝혔다. 물론 협회 송사(訟事)로 봄에 개최하지 못한 정기총회 날짜를 잡기 위한 모임이지만 새로 출범하는 또다른 향우회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될 것이 뻔하다.

충북을 아끼는 출향인들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존 충북협회를 사실상 쪼개면서 출범하는 충북향우회는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 충북협회 내에서 2명의 회장을 각각 선출하는 등 갈등을 빚어온 터라 앞으로도 그 싸움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충북협회가 양분될 경우 자칫 충북도나 이시종 지사는 중간에 끼여 운신의 폭이 작어질 수밖에 없다.

전임 정우택 지사는 협회가 여는 행사 불참으로 불만을 간접 표현했으나 만약 단체가 두 개로 쪼개지면 더욱 곤란을 겪는 곳은 충북도일 것이다.

이들의 갈등이 하루속히 접합돼 충북 발전에 일조하는 명실상부한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하지만, 요원하기만 하다.

도민들은 충북협회가 더 이상 충북을 욕되게 하지 말고, 충북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출향인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중앙무대에서 충북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움추리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오죽하면 제대로 된 차관 한 명 배출하지 못하는 도가 됐냐"는 푸념을 충북협회 구성원들은 이제 알아차려야 한다. 일단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중심에 섰던 인사들이 모두 스스로 충북협회를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재판까지 치른 협회가 이제 두 동강이 나면 다시 화합하기는 힘들게 된다.

무슨 모임이든 구성원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그동안 충북협회는 수십년 이런 우를 범해 왔다. 바로 그런 반성이 있었기에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구성원들의 불만이 높다. 이런 소리에 마지막으로 귀를 기울일 때가 된 것이다. 존경받는 모임으로 충북협회가 거듭나길 기대한다. 상생이 요구되는 시대, 윈윈(win-win)의 시너지를 발휘할 무슨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