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합창단
남자의 자격 합창단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3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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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합창은 종교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비교적 정설이 되고 있다. 그런 합창이 문화와 심미적 관점에서 노래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쯤으로 음악 역사가들은 판단한다.

최근 한 TV오락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놀라운 감동을 주면서 이 합창단의 지휘자 박칼린의 명성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개그맨과 가수, 연기자 등의 남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오락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은 남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01가지를 표방하며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전달한다.

남자는 그동안 남성적인 것, 가장, 사회적 지도계층 등의 다분히 말초적인 것들에 상징적 의미의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인 강함의 이면에는 남자라는 이름으로 참아야 하고 견뎌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출 수밖에 없는 것들이 적지 않으며, 그로 인해 차마 말하지 못하는 고단함 역시 숨길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오디션의 형식으로 단원을 선발하면서 물론 기본적인 음악적 재능을 확보하고 있는 단원들을 선발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초짜인 32명의 단원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낸 것은 그동안 방송된 두 달간의 연습과정에서의 우여곡절과 단원 개개인의 감춰진 사연과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감동과 그 감동에서 이어지는 눈물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박칼린이라는 지휘자의 뛰어난 지도력은 한국계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라는 출생 이력이 더해지면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하모니'는 남자 연예인 6명이 다른 합창단원과 조화를 이루어 내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성격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그런 단순한 오락프로그램에서 현대에 사는 우리가 새삼 감동을 받는 까닭은 메마른 감성에 자극을 받는 신선함에서 비롯된다.

소프라노와 알토의 여성 음역과 베이스와 테너의 남성 음역이 조화를 이루어낸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하모니는 혼자서만 살아가는 세상은 여럿보다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각 개개인의 특성을 서로 도드라지게 드러내지 않고 화합하며, 결코 자신만의 능력만을 과시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운데 화합을 이끌어 내는 목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우며, 또 그 하모니는 우리를 얼마나 감동이게 하는가.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과 감동을 가능하게 한 박칼린의 선곡 'Nella Fantasia'와 '애니메이션 메들리'는 초짜 합창단의 힘겨운 하모니를 더욱 빛나게 하는 탁월한 기초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치열하기만한 경쟁의 회오리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다.

그런 생존의 경쟁에서 이 시대의 남자들은 늘 힘겨워하면서 지친 어깨를 덜어줄 돌파구 마련조차 쉽지 않은 현실과 늘 맞닥뜨리면서 피곤을 누적시켜 가고 있다.

아파도 쉽사리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외롭거나 슬퍼도 결코 그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 시대 남자와 가장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나 남성 음역과 여성 음역이 조화를 이루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보라. 거기에는 남성성만이, 그리고 여성성만이 튀어나오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감싸안음으로써 우리를 감동이게 하니, 세상 남자들이여 결코 자신만이 힘들고 자신들만이 무거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한탄하지는 말 일이다.

지금 내 귓가에는 소프라노 솔로의 'Nella Fantasia'가 그리고 남성 테너 이중주 애니메이션 '배추도사 무도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배추가 금값인 배추와 그 원인에 대한 공방이 다시 씁쓸해지면서 사는 것에 대한 현실의 무게가 합창의 감동을 몰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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