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법조계 전관예우부터 없애야
공정사회, 법조계 전관예우부터 없애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09.29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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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2000년쯤 충남 천안에서 검사를 하다 변호사 개업을 한 A씨. 그는 개업 초 2년여 동안 지역 내 송사 수임 경쟁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대부분 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A씨보다 조금 늦게 법복을 벗은 같은 검사 출신의 B씨. 그도 개업한 지 얼마간은 탁월한 수임 실적을 올리며 호황을 구가했다.

특히 검사 출신인 이들은 이른바 '돈이 되는' 형사사건 수임 경쟁에서 다른 변호사들을 압도했다. 놀라운 건 이들이 퇴직 후 1~2년여의 짧은 생업 기간에 벌어들인 돈이 웬만한 중산층 수준에선 평생 먹고 살만한 규모였다는 점이다.

의뢰인이 '알아서 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전관예우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일반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에겐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한겨레신문의 눈에 띄는 보도가 있었다. 올해 하반기 검찰 간부 인사를 전후로 사표를 내고 변호사가 된 퇴직 검사들 24명 중 15명이 직전 근무지에서 개업했다.

특히 이 중 퇴직한 지청장과 지청 차장, 지검 부장 등 부장급 이상 간부가 1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제 변호사가 된 고위급 전직 검사들과 현직 검사들과의 미묘한 '동거' 때문이다.

통상 검찰 인사는 대부분 2월에 단행되면서 한꺼번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 개업을 한 검사가 한때 동료였던 검사와 업무상 만날 소지가 적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하반기에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면서 후배 검사 대부분이 현직에서 모셨던 이들을 곧바로 변호사로 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용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전관예우는 불 보듯 ?求? "상관으로 모셨던 사람이 변호사로 나타나면 기소하기 전에 (기소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는 정도의 대접은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기소 여부를 사전에 통보해줄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이거 구속 영장 청구 계획까지 알려준다면 공무상 기밀이 외부에 유출되는 중대 범죄행위 아닌가.

지난 4월 부산에서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됐다가 이틀 만에 풀려난 적이 있었다.

경찰이 당시 이씨의 검거에 내건 현상금은 1000만원. 그러나 검찰이 수사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씨를 전격 석방하자 또다시 전관예우가 도마에 올랐다. 이씨의 변호를 맡은 인물은 다름 아닌 부산지검 강력부 수석검사였던 C씨. 그는 이씨를 범죄단체(조직폭력단) 구성 등의 혐의로 구속한 주인공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의 변호사는 이씨의 1심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의 재판장이었던 D씨. 이씨를 석방한 검찰의 이유가 아무리 합당했더라도 세간에서 이를 바라보는 눈초리는 결코 곱지 않았다.

대통령이 공정 사회를 제1 화두로 꺼낸 마당에 법조계가 예외가 될 순 없다.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불거진 판검사들의 전관예우 폐단을 막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 왔다.

판검사가 퇴직한 후 일정기간 직전 근무지의 형사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봄에 한나라당이 1년간 직전 근무지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국회에 진출해서 그런가. 정치권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꼴이다. 공정사회의 청산 과제로 전관예우가 거론돼야 하는 것은 판검사 출신들의 사건 독식을 막기 위한 때문만이 아니다.

돈을 버는 문제에 앞서 송사의 형평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사법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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