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움의 기준
어른스러움의 기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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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현식 <주성대학 보건행정과 교수>

일주일 전만 해도 반팔에 반바지가 어울리던 기온이 추석을 알기라도 하듯, 명절을 기점으로 춘추복을 입지 않으면 서늘함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직장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삼사일 이상의 연휴가 지속되어 가족과 친지, 지인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만남에서 빠지지 않는 화두가 바로 집안엔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집안마다 지역마다 나이 든 어른들은 분명히 계시며, 충효라는 전통적 가치관에 따라 후손들에게 나이에 합당한 예우를 받고 계신 분들도 있다.

그러나 살아 온 인생의 발자취를 통해 따르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어른의 존재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주의의 팽배와 가족단위의 분가가 늘어남에 따라, 핏줄이라는 혈연의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경제의 가치가 우선시 되고 있기에, 집안마다 재산과 상속으로 인한 소송과 분쟁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른들의 역할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도 '어른 노릇하기 힘들다'는 표현을 많이들 하고 있다.

나이 든 것만으로도 공경의 대상이었던 어른의 존재가 이젠 후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력과 포용력을 모두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어른으로서의 권위가 생긴다는 것이며 자식들에게 해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연, 어른의 조건은 무엇일까.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 그래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륜이 풍부하다는 것, 나이에 걸맞은 부와 명예를 지니고 있다는 것 등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바라보는 견해는 다를 수 있다.

원래 어른은 '얼운'을 어원으로 하고 있으며, '혼인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얼'은 정신적 중심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하여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 여겨진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 1076명을 대상으로 '성인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을 묻는 설문조사가 실시된 적이 있었다.

이 설문에서 대학생들은 28.9%가 경제력을 뽑았으며, 도덕적·인격적 성숙(25.1%), 책임감(17.8%), 법적인 인정(5.9%)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는 학비지원을 부모로부터 받고 있다는 중압감을 나타내는 현실적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 어른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 보기 어렵다고 본다면, 인격적 성숙과 책임감이 어른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반적으로 어른의 기준은 인격적 성품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언행에 책임질 줄 아는 것, 즉 자신이 결정하고 실행한 모든 것에 대해 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어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민들의 존경 받을 수 있는 인품을 지닌 지도자들과 조직에서 책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CEO들이 절실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충북의 어른들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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