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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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지난 16일에 막을 내린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정도였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마지막회 시청률 49.3%, 전체 30회 평균 시청률이 36.7%로 나타났다고 하니 말입니다. 두세 사람 중 한 사람이 TV 앞에서 드라마를 기다린 셈입니다.

저의 경우도 주변에서 하도 김탁구 김탁구 해서 드라마 중반 이후부터 시청을 했다가, 꼼짝없이 목덜미를 잡힌 사람처럼 되고 말았으니까요.

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캐스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계자들이 지명도가 높은 편이 아닌 윤시윤을 주인공으로 낙점하는 것에 반대했음에도 첫 번째 미팅에서 그의 눈 주위에서 빛이 난 것에 꽂힌 강은경 작가는 그를 선택했는데, 마침내 그는 기적 같은 배우로서 그만의 힘을 보여주었다는 후일담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강은경 작가의 다른 말에 더욱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위로를 받는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김탁구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분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난 그런 분들에게 '당신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맞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편법을 쓰지 않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힘내며 살아가는 여러분이 맞다고 말하고 싶었다.비록 그것이 판타지라 말하는 시대가 됐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 기가 막힌 사연을 가졌지만 착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난 믿는다."

드라마의 엔딩이 가까울 때 경쟁 관계에 있던 김탁구와 구마준이 나누었던 대화 또한 백미(白眉)였습니다. "모든 것을 빼앗겨만 왔는데도, 너는 어떻게 항상 웃을 수 있지?"(구마준) "죽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지금 이겼다고 영원히 이긴 것도 아니고, 지금 졌다고 영원히 진 것도 아니잖아."(김탁구)

드라마의 마지막 화두였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은 무엇일까요?

먹고 또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사'에 등장하는 빵처럼 나만 먹고 끝나는 빵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내어놓고 나누어 줌으로써 공동선(共同善)을 이루는 빵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달콤하고 맛있는 빵도 곁에 있기에 불편한 사람과 함께 먹으면 체하고 말지만, 먹기에 힘들 정도로 딱딱하고 거친 빵도 단 일초도 떨어질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입니다.

제빵왕이 만든 빵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보자의 빵을 무턱대고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엄격하기 짝이 없는 도제식(徒弟式)의 과정에서 제빵왕의 위치에 이른다는 것은 뼈를 깎는 무수한 고통을 이겨낸 증거임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왕의 권위를 느낄 수 있는 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입니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강은경 작가와 이정섭 PD 사이에 주고받은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거 될까요?"(강 작가) "됩니다."(이 PD) "할 수 있을까요?"(강 작가) "할 수 있습니다."(이 PD)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으로 우리들의 식탁이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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