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중국을 가다(23) 내몽고 푸른 초원, 힘 센 놈이 장땡
드넓은 중국을 가다(23) 내몽고 푸른 초원, 힘 센 놈이 장땡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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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중국의 땅 욕심은 따를 수가 없습니다. 내몽고 - 그들 말로는 '네이멍구'라고 하더군요. 눈 파란 회교도들이 길거리에서 꼬치를 구워 팔고 있습니다.

웬 이방인이 남의 나라에서 길거리 꼬치나 팔고 있나 봤더니 중국인이 점령한 무슨 땅이랍니다.

색이 다르고 피가 다르고 종교도 다른 나라라도 땅만 가지고 있으면 흡수하고 독립을 막고 사회적으로 규제를 가하니 회교도 모자를 쓴 피지배 민족도, 파란 눈의 이방인도 그저 길거리에서 꼬치나 팔며 생계를 꾸리는 가장 낮은 계급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립을 위한 투쟁을 해도 나라 밖으로 소식을 전할 수 없으니 폐쇄된 곳에서 독립을 외치며 흘리는 피는 그저 헛된 물방울에 불과합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야심은 때론 증오를 불러 일으킬 정도입니다.

하긴 중화(中華) 사상을 가졌으니 세상을 모두 자기의 품에 넣어야 그 욕심을 채울 수 있을 것이고 그 욕심은 끝이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들에게 양꼬치 몇 개를 사먹고 있는데 부랑자 두어 명이 구부정히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먹다 남긴 꼬치를 핥아 먹습니다. 안 돼 보여서 갓 구운 꼬치를 줬더니 세세'랍니다. 손님들이 많이 오는 꼬치집을 차지하는 것도 힘 있는 부랑자들 순서인 모양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바닥에 앉아서 객들이 남긴 꼬치도 빼 먹고 남긴 '삐주'(맥주)도 마시곤 합니다.

모든 약한 인간의 슬픔입니다. 그러나 저들도 자기 구역을 위해 자기보다 약한 부랑아를 다른 곳으로 내쳤으니 인류의 역사는 어쩔 수 없는 힘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저보다 약한 놈은 짓밟고 센 놈한테는 빌붙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우리는 영영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못할 듯합니다.

작은 승합차를 타고 내몽고 초원으로 들어갑니다. 초원은 넓고 싱싱해서 옛 몽고인들의 기상이 높았을 이유를 가늠케 합니다. 푸른 초원의 지평선은 말을 타고 달려도 한참을 가야 할 테니 그들의 기마 솜씨가 당연히 좋았을 것이요, 갇히지 않고 트인 환경에서 살다보니 그 기상이 호탕했을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같이 여행을 하게 된 중국인들과 같이 몽고 전통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커다란 회전 상 위에 양 한 마리가 통째로 삶아져 나오고 갖가지 요리들이 찼ㆎ이 쌓였습니다. 그런 거창한 점심을 두어 시간에 걸쳐 독한 '고량주'와 마시다 보니 낮술에 취하고 취하는 도중에 해는 지고 있었습니다. 호탕한 몽고에 와서 몽고인의 호탕함을 양 머리 뜯어 먹는 것으로 흉내를 냅니다.

날이 저물고 몽고 전통의 막사에 벌판의 바람이 불어 옵니다. 한여름인데도 날씨는 차갑고 바람은 거셉니다. 그 바람을 맞으며 한 세기 지구를 호령했던 몽고인의 과거를 생각합니다. 과거의 단단한 선조는 가고 지금은 목욕탕 때밀이로, 꼬치 구이로 연명하는 몽고인들을 보면서 배웁니다.

화무는 십일홍이라 했고 그 법칙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리석은 인간은 뒷날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니 안 합니다. 권력을 쥐고 있을 때 그 권력이 영생토록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만하게 누리다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그래야 합니다.

제 몸을 위해 남을 짓밟는 행위를 하는 것들에게는 꼭 보답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역사가 바로 서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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