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證道歌字) 논쟁 의미는
증도가자(證道歌字) 논쟁 의미는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9.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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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直指)보다 150년가량 앞서 주조된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발견 주장에 이어 '가짜' 주장이 나와 '직지'는 요즘 모처럼 생동감을 지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남권희 경북대 교수(문헌정보학과)가 지난 2일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에서 1377년 인쇄된 직지에 앞서 1239년 이전 주조돼 최소 138년 앞섰다는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실물 12점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된 데 이어 한문학자인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가 서법적(書法的) 분석을 통해 '가짜'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한국서지학회 회장이자 일본을 오가며 10년 가까이 고려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국내 권위를 인정받는 서지학자 남권희 교수와 한문학자 이교수의 진위 논쟁은 접근법이 달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 교수 주장은 말할 것도 없이 관심을 끌었고, 이 교수 주장 역시 지역에서는 적잖은 관심을 촉발했다.

우선 남 교수의 주장이 공인되면 직지 위상이나 명예는 타격을 입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생겼다. 이럴 경우 청주시 주도로 추진중인 직지를 매개로 한 도시마케팅과 세계화 사업 역시 한 번쯤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따라 붙었다.

문헌에 나타난 금속활자 주조 순위를 따지자면 직지는 이미 '세계 최고'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에는 직지보다 앞선 1234년 금속활자로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이라는 시가집을 펴냈다는 기록이 있고, 역사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증도가字 역시 1239년 고려 무신 최이가 목판본을 만들며 금속활자로 이미 찍었던 것을 다시 인쇄한다는 기록이 있어 직지 이전 금속활자 존재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직지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금속활자로 찍은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라는 점이었다.

인류가 정보 전달과 재생산을 위해 발명한 인쇄술과 전달하려는 정보를 온전히 간직한 인쇄물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닐 수 있었다.

설사 남 교수가 공개한 금속활자 12점이 공인된 가치를 확보한다 해도 유물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미 국립중앙박물관과 개성역사박물관은 고려 금속활자 각각 1점씩 소장하고 있다. 금속활자본 직지와 이전 주조 금속활자 유물은 각각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1455년 독일 마인츠에서 42행 성서를 인쇄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우리 시각으로 보면 직지보다 78년 후 나온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가 세계 최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동시에 직지에 대한 가치 역시 인정한다.

동서양 기록문화의 정수인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경을 소장하고 있는 양 박물관은 교류사업을 얼마든 한다. 최근에는 해인사와 베를린 국립도서관이 팔만대장경과 구텐베르크 성경을 서울에서 나란히 전시 하기도 했다. 직지나 팔만대장경, 구텐베르크 성경을 주조나 인쇄시점만 갖고 이야기를 한다면 양립은 어려운 일 아닌가.

다만 남 교수의 주장은 청주가 소홀했던 몇 가지를 환기했다. 우선 직지 이전 금속활자나 금속활자본 출현 가능성을 새삼 확인시켜준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줄곧 '현존 세계 최고'에만 흠뻑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볼 기회도 제공했다.

결국 직지 이전 금속활자까지 포용할 수 있는 고인쇄박물관, 인쇄문화 도시 청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긴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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