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과 자존심 싸움
경제자유구역과 자존심 싸움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9.12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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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정부가 낙제 수준의 경제자유구역(FEZ·Free Economic Zone)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하필이면 충북도가 청주·청원·증평지역 19.45를 지정받기 위해 지식경제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기대가 한창 부풀어 있는 와중에 나온 방침이라서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경제자유구역은 정부가 외국인투자유치 촉진, 국가경쟁력 강화 및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2003년 도입한 제도로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된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별 나눠 먹기식으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사업성과는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개발 진척도와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 등에서 하나같이 미흡하다는 판정을 면치 못한 것이다. 2003~2004년 지정된 이들 3곳에 이어 2008년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3곳이 추가로 지정됐다.

어느 곳 하나 도입 취지대로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은 외국인 투자 환경도 문제지만 정치 논리에 휘둘려 이곳 저곳 추가 지정을 남발한 탓이 크다.

더욱이 신규 지정 신청이 접수된 곳도 충북·강원·경기·전남 등 4개 지역에 이른다. 각 시·도마다 모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 달라고 아우성인 것이다.

때마침 정부가 사업 실적이 부진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정 강화방침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지역내 분위기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아닌지 안타깝다.

이를 두고 이미 신청서를 낸 충북도와 지난 7·28 국회의원 재·보선 때 충주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진식 의원(한나라당)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이시종 충북지사와 윤진식 의원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고향에서 친구 간에 맞붙었다. 일단 이 지사가 승리를 했고 지방선거까지 잇따라 거머쥐면서 충북의 맹주로 자리를 잡았다. 절치부심하던 현 정권의 실세 윤 의원은 천신만고 끝에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런 경쟁심 때문인지 결국 윤 의원은 충북도가 신청한 청주·청원·증평 경제자유구역과는 별개로 충주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충북도가 청주·청원·증평 경제자유구역을 충주로 확대하는 것과, 충주시 독자 추진과 관련해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반발하는 성격도 곁들여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런 경쟁이 가뜩이나 힘이 없는 충북을 분열시키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는 새로운 경제자유구역 지정 평가지침을 내놓았다.

조기개발 가능지역 위주의 개발, 장기간에 걸친 단계별 개발계획 지양, 일정지역 선 개발 후 지정지역 확대 등으로 강화했다. 개발계획이 너무 길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거나 개발 콘텐츠 등에서 국가 전체의 이익에 비춰 실효성이 떨어지는 곳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충북도가 됐건 충주시가 됐건 이 같은 정부의 지침을 세밀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충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논쟁은 소모적인 자존심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어느 한 곳을 위해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도 시원찮은 형편에 둘로 나뉘는 것은 모두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힘 없는 충북이다. 헛심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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