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리 해법은 없나
아파트 비리 해법은 없나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9.0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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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전국의 아파트 규모는 777만 가구를 넘어섰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줄잡아 3000만명이 넘는다. 4900만명 국민 가운데 60~70%는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도개선을 위해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용역을 수행했던 한 전문기관은 전국의 아파트 입주자들이 관리비용으로 지출하는 규모가 연간 5조29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운영·관리가 간단치 않은 사회 문제라는 점을 잘 대변하는 통계는 이 밖에도 얼마든 있다.

그런데 관리비 운영과 울타리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공사 등 일련의 관리행위가 적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대도시나 중소도시를 막론하고 터지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비리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아파트 관리비는 줄줄 새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십상이고, 입주민은 '봉'이냐는 푸념이 나올만 한 게 실상이다.

그러나 입주민 대부분은 관리주체인 대표회의라는 단체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 관리비는 관리사무소가 보낸 고지서 내용대로 꼬박 내면 그만이고, 공사는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입자나 임대아파트 거주 단계라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내집을 장만한 후에나 이런 저런 돌아가는 사정에 눈을 뜨게 되는 게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동네에 살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어찌 돌아가더라도 얼굴 붉히며 살기 싫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파트라 하면 목좋은 상품을 잡아 값이 오르면 평수를 늘려가며 옮겨가는 게 보편적 문화이다 보니 정작 내가 내는 관리비가 제대로 쓰여지는지, 제대로 돌아가는지는 영 관심 밖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관행'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 유형을 가리지 않는 '아파트 비리'가 또 다른 문화가 됐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런 유(類)의 비리를 조사한 결과 대표회장이 돈을 받고 관리업체를 선정하거나, 관리업체 대표가 전국 100여명의 입주자대표회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경찰은 관리업체 대표와 입주자대표회장 등 70여명을 입건하고, 일부는 구속했는데 '이권'이 있는 곳이면 늘 '검은 돈'이 오갔다. 관리업체 대표는 주택관리사들에게 관리소장 자리를 주며 몇백만원씩의 돈을 챙기기도 했다.

최근 청주지역에서 주민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진 몇몇 아파트는 대표회장들이 차기 회장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비리를 대물림한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이다. 제3의 인물이나 갈등을 빚은 상대편이 '차기'를 맡을 경우 운영 하자가 낱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청주지역 일부 아파트의 경우 대표회장을 맡으면 몇천만원짜리 연봉을 받는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 한다.

그런데 '은밀한 뒷거래'를 주민들이 찾기 어려워 의혹 제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어렵사리 문제점을 찾아내 수사기관에 호소하더라도 고소·고발내용 범위에서 사건을 다루기 십상이라 실체 규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관련당사자들의 볼멘소리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지역사회나 단체, 기업에서 통용되는 '규범'의 수준은 조직이나 구성원의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입주자대표회의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규범을 바로잡는 일을 입주민 손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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